2016. 1. 23. 08:31

시그널 사이다 100만개 쏜 첫 회,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이야기가 최고인 이유

고구마 100만개를 먹은 듯 답답하기만 했던 드라마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그널'은 그 모든 것을 해소시켜주는 사이다 드라마였습니다. 첫 회부터 무슨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긴장감은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사물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충분히 이야기에 매료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던 '시그널'이었습니다. 

김혜수와 이제훈, 그리고 조진웅과 장현성 등 연기력이 탁월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 tvN의 '시그널'은 옳았습니다. 전작인 '응답하라 1988'이 국민 드라마처럼 큰 화제를 모았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을 보기 좋게 날려버린 '시그널' 첫 회는 극장에서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행복했습니다. 

 

형사물이라는 점에서 어려워 할 시청자들을 위해 시작은 유쾌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미생'에 출연했던 임시완과 강소라가 열애 중이고, 변요한이 그 사이에 끼어들며 삼각관계가 구축되었다는 극중 해영의 발언은 웃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유명했던 '미생'을 만들었던 김원석 감독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김은희 작가의 센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탁월한 프로파일러이지만 경찰을 증오하는 경찰 해영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능력을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연예부 기자에게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며 희희낙락하던 해영은 지성과 이보영도 열애 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다 차수현 형사에게 가로막히고 맙니다.

 

이보영 측에서 스토커 혐의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유명 여배우 스토커로 전락해버린 해영의 탁월한 능력은 그곳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15년 전 자신의 동창이었던 '김윤정 납치살인사건'의 마지막 목격자였던 해영. 그는 자신이 목격한 범인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습니다.

 

어린 나이라는 점에서 외면 받았던 해영은 커서까지도 열심히 경찰서를 찾아 범인은 여자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해영이 그러는 동안 언제나 경찰서 앞에서는 윤정이 어머니가 1인 시위를 하며 범인을 잡아달라고 간청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해영은 당연하게도 경찰들을 증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경찰이 된 이유는 윤정이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를 더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한 해영은 경찰대를 갔고 그렇게 탁월한 프로파일러가 되었지만 현실의 벽은 그를 다시 한심한 짓에 재능을 낭비하도록 부추겼던 셈이지요.

 

수현과 동료 형사의 책상만 보고도 어떤 인물인지를 파악해내는 해영은 이보영 사건 역시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경찰일이 맞지 않으니 그만두라는 이야기까지 수현에게 들은 해영은 자신의 차앞을 막고 있는 트럭으로 인해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폐기물을 나르는 트럭 운전수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받지 않는 전화로 답답해하던 해영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당황합니다. 폐기물 봉투에 든 무전기에서 들리는 이상한 목소리에 이끌려 서로 소통을 하기 시작한 해영은 말도 안 되는 사실에 당황합니다.

 

'김윤정 납치살인사건'의 진범이라고 불렸던 서영준은 진범이 아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야기를 해주었다며 '선일 정신병원'에 그 사체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해영은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끊긴 무전기가 이상하기만 합니다.

 

경찰서에서 이 무전기는 초창기 모델이고 현재는 배터리도 없는 상황이라는 말을 듣고 황당해 합니다. 자신이 그럼 배터리도 없는 무전기로 교신을 했다는 말이 되니 말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선일 정신병원'을 찾은 해영은 그곳에서 진짜 백골이 된 사체를 발견합니다.

 

안면이 있던 강력계 형사 차수현에게 전화를 해서 사체를 수습한 해영은 무전이 장난이 아님을 확신하고 '김윤정 납치살인사건'의 진범이라 불린 서영준과 DNA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사체가 서영준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진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해영과 무전을 한 재한으로 인해 사건의 단초는 시작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를 앞두고 해영은 다시 한 번 기자들 앞에서 범인은 여자 간호사라는 사실을 공표하며 사건을 해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해영을 믿지 않았던 수현이 앞장서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그들은 범인을 극적으로 잡아냈습니다.

 

취조하는 상황에서 해영은 뒤늦게 붙잡힌 간호사가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자신에 대한 과시가 넘치는 여성이 수수한 신발을 신었을 리 없고 캐비닛에 구두를 남겨두고 도주할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챕니다. 그리고 진범은 현재 취조실에 있는 용의자를 제보한 간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기 과시가 강한 여성은 분명 경찰서 주변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보던 해영은 15년 전 범인을 목격했던 것처럼 그녀를 발견합니다. 우산 사이로 언뜻 보였던 그녀를 15년 동안 잊지 못했던 해영은 2층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녀를 한 눈에 알아봤습니다.

 

그렇게 추적하던 해영은 도로를 건너는 그녀를 놓치는 줄 알았습니다. 번잡하게 오가는 차량으로 인해 진범이 사라지는 줄 알았지만 그녀 앞에는 차수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공소시효를 몇 십분 남기지 않고 진범을 잡아냈습니다. 해영과 수현, 그리고 재한이 하나가 되어 풀어낸 첫 번째 사건. 그 사건으로 인해 그들은 좌천하듯 '장기 미제사건 특별반'에서 함께 수사를 하는 동지가 됩니다.

 

첫 회를 본 많은 시청자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롭게 펼쳐지는 사건에 집중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마지막이 완벽하게 짜 맞춰진 듯 완성도 높은 이야기는 당연하게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재한과 해영이 어떻게 무전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해영은 모르는데 재한은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이유도 이제는 밝혀질 겁니다. 여기에 재한과 수현의 관계 역시 흥미를 유발합니다. 첫 여성 형사로 재한과 만났던 수현. 그녀가 재한에게 고백했고, 그 문제의 사건을 해결한 후 답변을 해주겠다던 남자는 그렇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실종된 재한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찾고 있는 수현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기만 합니다.

 

'미생'으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김원석 감독과 '싸인''유령'등으로 국내 장르 드라마의 대가로 자리 잡은 김은희 작가가 손을 잡은 '시그널'은 기대만큼 완벽함으로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첫 회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함과 사이다 만 병을 한꺼번에 들이킨 것 같은 시원한 모습은 그동안 찌질한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최고들이 모여 만든 작품들이 가끔 산으로 가는 경우들도 있지만 최소한 '시그널'에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소시효를 앞둔 사건들을 풀어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미제 사건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시그널'은 충분히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살고 있는 재한과 현재를 사는 수현과 해영이 하나가 되어 미제 사건으로 공소시효가 끝날 수도 있는 사건을 해결했습니다. 첫 회부터 강렬함으로 사건을 해결한 '시그널'은 그렇게 역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드라마의 재미만이 아니라 그 안에 품고 있는 주제 의식도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강력 사건들은 빈번하게 이어지는데 공소시효는 진범을 잡지도 못한 채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피해 가족들은 평생 고통 속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는데 정작 가해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공소시효가 지나기를 기다리는 끔찍한 현실을 '시그널'은 첫 회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공소시효가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를 첫 회부터 명확하게 보여준 '시그널'은 그래서 위대함으로 다가옵니다. 드라마적인 재미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주제까지 명확하게 제시하는 능력은 최고가 아니라면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이야기가 최고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안에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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