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 13:20

양현석 나는 가수다 발언이 놀라운 이유

<나는 가수다>는 여전히 논란 혹은 화제 속에 남겨져 있네요. '나가수' 음원이 발표되자 음원 차트를 휩쓸며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하는 상황에서 일부 제작자들이 '나가수'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었어요. 그래서 인지 양현석의 발언은 특별해 보이네요.

진정한 가수가 사는 길, 그리고 그런 흐름을 인정하는 대범함




양현석의 YG도 빅뱅이나 투애니원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그룹들이 중심이 된 기획사에요. 물론 마니아들이 환호하는 뮤지션들이 존재(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운)하는 것도 YG의 특징중 하나에요. 아이돌이지만 실력이라는 측면에 남다른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서 인지 이번 '나가수'논란에 대한 양현석 대표의 발언은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제작자들의 볼멘소리와는 상당히 달랐네요.

 

"가수들이 몇 달 동안 노력해 음원을 발표하지만 '나가수' 음원 때문에 차트에 진입하기 힘들다. 차트를 거의 점령했다. 이들의 노력이 2주 연습에 묻혀버렸다. 새 음원을 발표해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나가수' 음원이 발표되자마자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자 이런 현상을 보고 일부 제작자가 내놓은 발언이에요. 노력도 하지 않고 2주 연습에 이런 성과를 내면 다른 가수들은 어떻게 하란 것이냐는 발언은 우스운 발상이 아닐 수 없지요. 그럼 다른 가수들을 위해 노래 잘하는 이들은 그 어떤 상업적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요?


하루를 연습하든 1년을 연습하든 대중들이 좋아한다면 그게 정답일 수밖에는 없지요. 비판을 하려면 '나가수'를 제작한 MBC에 그 화사를 돌려야 할 거에요. 유명 가수들만이 아닌 신인들을 위한 무대도 만들어 공정한 대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야지 음원을 두고 자리다툼하듯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옹졸한 대응 밖에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인지 아이돌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획사 중 하나인 YG의 수장인 양현석의 발언이 더욱 의미를 더하는 듯하네요.

"음악도 패션처럼 주기가 있고 유행을 타면서 돌고 돈다. 그런데 (김범수 보도에)그동안 우리나라 가요계가 얼마나 한 쪽으로 치중했는가를 진정으로 느꼈다"며 "김범수나 다른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이처럼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빛을 본다는 게 저한테는 정말 기쁜 일"

"YG에도 빅뱅이나 2NE1 같은 아이돌이 있지만 (이와 곧잘 대비되는) 재야의 가창력 솔로 가수들의 복귀는 너무나 행복하고 환영할 일이다. 왜냐하면 아이돌 천지인 세상보다는 가요계에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여러 종류의 음악을 들려줘야 좋지 않은가."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파도가 너무 한 쪽으로 몰아친 경향이 있다.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득세할 때는 그 쪽으로만 가고, 아이돌이 인기를 모을 때는 다른 쪽에서 설 자리가 없고. 그런 와중에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재해석되고 시청자와 만날 자리를 얻는다는 게 얼마나 잘된 일인지..."

"YG 가수들이나 저나 나가수 출연가수들이랑 친분도 없고 또 YG가 빅뱅 2NE1 등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라는 점에서 오히려 투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가 마지막에 언급했듯 '나가수' 출연가수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가수'현상의 반대편에서 질타를 받는 아이돌 그룹 소속사의 수장의 입장에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그의 모습은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아이돌 시장에 대한 권리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발언은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그가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지는 듯하지요.


일부에서 음원장사에 피해를 준다며 '나가수'에 비난을 하는 것과는 달리,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는 발언은 대단하기까지 하네요. 이런 그의 모든 발언들이 언론 플레이를 위한 가식적인 발언들이 아니라면 양현석은 올바른 정신을 가진 기획사 대표임을 증명해준 듯하네요.


좁게 보면 자신들의 사업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섰고 이로 인해 장사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위해서는 이런 식의 변화는 겸허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발언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어쩌면 앞선 일부 제작자들이 밝힌 민망한 저항이 정답일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편향된 대중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유행이란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라는 그의 발언은 대인배의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이미 많은 것을 이뤄놓았기 때문에 이런 발언도 할 수 있는 것이라 비하하는 이들에게 다른 거대 기획사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를 묻고 싶네요.

양현석의 이번 발언은 너무 당연하지만 패권을 쥐고 있는 당사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고 생각해요. 자기 안주나 자신의 파이를 지키기 위해 안달인 다른 제작자와는 달리, 겸허하게 흐름을 파악하고 진정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제작자라면 믿을 수 있겠지요. 그와 함께 하는 YG 패밀리들이 '나가수'를 통해 어떤 변화 혹은 발전을 이뤄낼지도 기대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