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9. 15:23

오리 가창력 논란은 잔인하기만 하다

뜬금없이 활동도 하지 않는 오리가 화제가 되고 있네요. 한 일간지에서 진행한 아이돌 가창력 순위가 기사화되며 2년 전 잠깐 등장했던 오리가 논란의 중심이 되었네요. 음악방송에 단 한 번 출연했던 그녀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터무니없는 실력 때문이었지만 굳이 그녀를 도마 위에 올려놓을 이유는 없었어요.

아이돌을 가창력으로만 줄 세우는 사회의 황당함




한 일간지에서 전문가를 내세워 아이돌들을 가창력으로 줄 세우는 상황은 우습기만 하지요. '나가수'가 시청자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가수의 모든 것은 가창력만이 전부라는 인식이 대세가 되었어요. 물론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만 해요. 노래가 되지 않는 이에게 가수라는 명칭을 주는 것만큼 힘겨운 일은 없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세워지고 활동하면서 가수라는 직업이 주는 시선은 많이 바뀌었어요. 노래만이 아니라 보여주는 음악에서 아이돌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창력 하나만을 기준으로 세울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뮤지컬에서 음악으로 된 무대를 선보이듯 아이돌들은 무대 위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로 승부하는 이들이에요.

그런 그들에게 기성 가수들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만약 기성 가수들에게 춤을 왜 못 추느냐. 춤추며 노래하는 것이 왜 그러느냐는 식의 평가를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물론 가수라는 본연의 자세가 노래 잘하는 것이라는 것에 의문을 달거나 비난할 이유는 없을 거에요.

기획사에 의해 하나의 상품으로 분류되고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만들어낸 아이돌이라는 문화, 그런 문화의 틀 속에서 자신의 끼와 재능을 선보이려는 아이돌 스타들이 그 죄를 모두 뒤집어써야 할 이유는 없을 거에요. 노래 한 곡으로 수십 년을 울궈 먹으며 가수라고 이야기하는 기성세대들에 비해, 차라리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들이 더욱 위대해 보일 뿐이네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설문의 결과는 엉뚱한 이에게 집중되었어요. 노래 못하는 아이돌로 꼽힌 소희나 구하라가 아닌 오리라는 일반인들에게는 기억도 생소한 그녀가 떠오른 이유는 재미있게도 아이유 때문이에요. 아이유와 같은 시기에 2009년 1월 '2009 유망주'로 소개되며 한 무대에 출연했던 것이 문제가 되었어요.

'뮤뱅'에 출연해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어요. 가창력도 무대 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도 무엇 하나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그녀의 모습은 당연히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는 없었어요. 더욱 아이유가 뛰어난 가창력으로 나이와는 달리 좋은 점수를 받은 것과는 비교가 되었지요.

2년 만에 오리가 다시 화제가 되었던 것은 같은 시기에 데뷔를 했던 아이유가 국민 대세가 되었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비교의 대상이 되었어요. 같은 출발을 했음에도 너무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둘은 일부 네티즌들의 비교대상이 되었고 이는 이내 화제의 중심이 되었어요. 

문제는 이런 비교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리'라는 가수를 다시 비난과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에게는 지우고 싶었던 기억을 끄집어내어 이를 조롱꺼리로 만든다는 것은 가혹해 보일 뿐이네요.

현재 고등학생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녀 역시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는 자신에 대한 논란을 알고 있을 듯해요. 비난을 받으려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소희나 구하라가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그녀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황당할 뿐이지요. 

막강한 팬덤을 지닌 현존 아이돌에게는 비난도 하지 못하면서 활동도 하지 않는 과거의 아이돌에게 조롱을 일삼는 일은 비겁한 일일 뿐이에요. 부족한 준비와 아쉬운 무대로 그녀가 꿈꾸었던 가수의 꿈은 사라지고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그녀를 비난하고 조롱할 자유가 우리에게 있기는 한지 알 수가 없네요. 조롱을 하려면 원더걸스의 소희나 카라의 구하라에게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오리가 만약 가수의 꿈을 꾸고 있다면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모습을 갖춘 가수로 당당하게 일어서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조롱을 찬사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그녀의 도전이 기대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