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0. 08:20

장사괴물 노홍철보다 장사바보 유재석이 돋보인 이유

<무한도전-쩐의 전쟁>은 마치 노홍철을 위한 미션처럼 여겨졌어요. 과거에도 다양한 사업을 했고 현재도 쇼핑몰을 운영 중인 노홍철이 다른 이들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는 없었어요. 당연히 그는 만원이라는 한정된 금액으로 효과적인 장사를 해서 '장사괴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어요. 하지만 '장사바보'인 유재석에게 더욱 끌리는 이유는 뭘까요?

장사괴물 노홍철 누른 장사바보 유재석의 마음




노홍철은 제작진이 건넨 미션을 듣자마자 밖으로 나섰어요. '시간은 금이다'를 외치며 앉아 있어봤자 답은 나오지 않고 빨리 나서서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그의 논리는 너무나 당연했어요. 그저 앉아 탁상공론이나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에요.

그는 문구도매점으로 향해 가장 효과적인 돈벌이가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도 수익률 1000%가 가능한 연필을 구매했어요. 100원짜리를 1000원에 판매하는 그의 상술은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를 알아보고 몰려든 사람들은 인간 노홍철이 아닌, 스타 노찌롱으로 바라보며 그가 행하는 모든 행동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제작진들이 '연예인이라는 점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에요. 그저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그 룰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에요. 그 룰은 모든 이들에게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다가오지요.

구두를 닦고 주먹밥을 만드는 등 나름 고생을 한 준하도 그렇고, '주먹이 운다'로 돈을 번 길이 역시 어쩔 수 없이 연예인 프리미엄이 있었어요. 노골적으로 방송을 이용한 하하의 경우는 가장 손쉽게 돈 벌이를 한 경우이지요. 수줍어 얼굴을 가리고 장사에 임했던 유재석과 박명수 역시 예외일 수는 없어요.

일반인들이 노홍철 같이 장사를 했다면 그 정도의 효과를 볼 수는 없었겠지요. 연예인 프리미엄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대단한 기세로 시장을 장악하듯 현실에서도 연예인들의 사업은 반짝 인기를 얻기에 유리해요. 방송을 통해 접한 그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기에 일반인들은 오랜 시간 걸려야 하는 신뢰를 그들은 시작과 함께 가지고 하기에 정정당당한 경쟁 자체가 안 되는 것이지요.

"내 머리 안에 있는 것. 다른 사람 머리에도 "
"잘 될때 과감하게 털어라"

노홍철이 장사를 하면서 틈틈이 들려 준 '비즈니스 노하우'는 새겨들을 만 하지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결코 쉽게 적용하기 힘들지만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원칙들에 민감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연필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좀 더 큰 상품 판매를 통해 마진율을 늘려 나가는 노홍철은 정말 '장사괴물'이었어요.

그에 비해 유재석은 박명수와 함께 짝이 되어 남대문에서 머리핀을 구매해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여대 앞에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장사를 시작한 그들은 소비자인 여대생이 먼저 알아보고 접근해 구매 상담을 할 정도로 소극적이었어요.

그들을 알아본 여대생으로 인해 판매는 가능해졌지만 학생이라 돈이 없다는 말과 오래된 휴대폰을 본 유재석은 자신이 나서서 가격을 깎아주더니 급기야 그냥 선물로 머리핀을 건네는 일까지 벌였어요. 학생이 무슨 돈이 있냐며 장사는 뒷전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은 이미 이번 미션에서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느낌을 받게 했지요.

이후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만 하는 그들은 매번 장사 같지 않은 장사를 하며 거저 주다시피 머리핀들을 팔아갔어요. 그런 상황에서 만난 여대생들의 모습들은 마냥 웃고 즐길 수준이 아니었지요. 만원이라면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는 금액인데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수중에 만 원짜리 하나가 없었어요.

심지어 취업 준비로 힘들다는 학생은 수중에 동전으로 1300여 원만 있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장사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지요. 민서만한 아이에게는 그저 선물로 주고 머리핀 장사를 마친 그들은 한심스럽게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미친 등록금 이야기를 꺼냈지요.

"진짜 우리 대학생들 돈이 없다"
"만원도 이렇게 큰 돈인데"
"그 비싼 등록금은 어떻게....?"

유재석과 박명수의 대화 속에 김태호 피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모두 들어가 있었어요. 만원을 주며 '쩐의 전쟁'이라는 미션을 진행한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으니 말이에요.

노홍철의 타고난 장사 수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친 등록금에 울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윤을 남기는 것마저도 미안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버린 정책들을 비판하는 모습은 역시 '무한도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요.

장사를 잘해 수익금의 2배를 상금으로 받는 것보다는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을 택한 유재석의 마음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철저하게 '장사괴물'이 되어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1000% 이윤을 남기며 장사하는 노홍철보다는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 웃던 유재석의 모습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를 통해 우리 시대 청춘들의 힘겨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에요.

미친 등록금에 서민들로서는 5만 년이 지나도 사기 힘든 아파트 등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하는 현 정권에 날카로운 비판을 과감 없이 해버린 '무한도전'은 역시 레전드가 틀림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