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7. 13:40

테이 2연승과 선데이 탈락보다 경이로운 문희옥의 존재감

테이가 매력적인 음색으로 <오페라스타>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네요.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면서 테이 못지않게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는 임정희와의 대결 구도가 흥미를 자아내고 있네요. 매주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던 선데이가 아쉽게 탈락했지만 그보다는 문희옥의 존재감은 놀라울 정도네요.

우리 안의 편견을 깨고 있는 문희옥




문희옥은 트로트 가수에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트로트는 '뽕짝'이라는 말로 비하되며 대중 가수들 중 가장 낮은 급으로 보는 경향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요. 더욱 아이돌 전성시대에 트로트 가수들은 더욱 소외받을 수밖에는 없었고 그들의 노래는 가창력이 아닌 그저 술자리에서나 부르는 그런 트로트 메들리 정도로 폄하하는 이들도 있는 게 사실이에요.

테이나 임정희, JK 김동욱 등은 많은 이들이 노래 잘하는 가수라고 하지만 문희옥에게 노래 잘 하는 가수라고 하는 이들을 보기는 힘들어요. 그저 트로트 가수라고 불리며 함축된 사회적 폄하는 그녀를 더욱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편견은 정말 편견일 수밖에는 없음을 '오스타'는 잘 보여주고 있네요. 그녀에 대한 편견은 '오스타' 첫 무대에서 그녀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모습은 그 어떤 가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다른 창법을 구사하는 그녀가 '오스타'에 출연한 것 자체가 난센스이고 제작진들의 과도한 욕심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참가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걸 그룹 소속 김은정과 선데이를 선발했듯 문희옥 역시 트로트라는 전혀 다른 장르에 있는 가수의 참여로 '오스타'의 외형을 확장하고 자신들의 명분을 쌓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라 여겼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 문희옥의 무대는 '오스타'를 사랑하게 만든 원인이었어요.

'오스타'에 임정희가 참여한다는 소식만으로 그녀를 가장 유력한 1위로 생각했기에 그녀가 보여주는 탁월한 아리아들은 놀랍기보다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참가자들을 지도해주는 세계적인 성악가들조차 그녀에게 점점 어려운 숙제를 내주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것만으로도 '오스타'에서 임정희의 존재감은 충분했지요.


어제 보여준 임정희의 '마술피리' 중에서 제목은 낯설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너무 잘 알려진 '지옥의 복수심은 내 가슴 속에 끓어오르고'를 부르는 모습은 압권이었어요. 전문 소프라노가 부를 수 있는 아리아 중에서도 난이도가 최상이라는 이 곡을 완벽에 가깝게 부르는 그녀는 이미 오페라 스타였어요. 

2주 연속 '오스타'에서 1위한 테이의 '무정한 마음'역시 만들어질 때부터 그의 곡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이나 잘 어울렸어요. 낮은 저음에서 고음으로 올라가는 과정들이 너무 매력적이었던 그가 2주 연속 1위를 했다는 사실에 반문을 하기 힘들 정도로 탁월한 무대를 선보였어요.

임정희와 테이가 벌이는 탁월한 능력 겨루기는 '오스타'가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최강의 서바이벌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여기에 수많은 편견들 속에서 트로트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알게 모르게 비하 받아야만 했던 문희옥의 도전과 성취는 정말 놀랍고 즐거웠어요.  


비제의 '카르멘'중 하나인 '신나는 트라이앵글 소녀'는 집시의 곡으로 플라멩고를 추면서 짧은 호흡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무척이나 어려운 곡이라고 했지만 정열적인 빨간 드레스와 뇌쇄적인 그녀의 무대는 정말 압권이었어요. 자신과 같은 중년 여성들이 힘겨움 속에서도 좌절하고 포기하지 말고 자신처럼 도전하라는 문희옥의 소회는 그녀를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었어요.

그녀가 우승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녀의 도전만큼은 2주 연속 1위를 한 테이나 타고난 성악가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임정희 못지않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출연자에요. 그녀의 마지막 무대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를 계속 응원하려 해요. 우리 안에 내제된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 깨닫게 해준 문희옥에 고마움을 느끼며 그녀의 그 무한한 열정과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