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 09:34

1박2일, 이승기와 엄태웅 듀엣 나가수 부럽지 않았다

<1박2일>에 예상되었던 최고 조합이 만들어졌네요. 이승기와 엄태웅이라는 조합은 그동안 <1박2일>에서는 꿈꿀 수 없었던 최강의 비주얼 조합이기도 해요. 절대지존 이승기에 비해 완숙한 매력을 가진 엄태웅이 급조된 듀엣으로 나선 모습은 어떤 측면에서는 신들의 경연이라는 '나가수' 부럽지 않았어요.

허당과 무당이 새로운 <1박2일>을 이끈다




'허당 승기'가 지어준 '무당 태웅'이 진리가 되는 순간을 이번 여행은 잘 보여주었어요. 뭐든지 잘 하던 엄태웅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며 구멍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으니 말이에요. 물론 다양한 장점들이 많은 그이기에 모든 것들이 구멍이라 말할 수 없지만, 이승기처럼 멀쩡한 그가 엉뚱함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듯 엄태웅도 비슷한 괘를 그리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기 시작했어요.

축구와 족구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이승기는 많은 이들에게 '역시 승기'라는 평가를 받게 했어요. 하지만 뭐든 잘하던 엄태웅에게는 그의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게임이 되었어요. 공을 가지고 하는 것에서 약점을 보인 엄태웅은 족구에서 그의 진가(?)를 그대로 드러내며 스태프들에게는 희망을, 연기자들에게는 절망을 심어주었지요.

마음처럼 안 되는 몸으로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몸 따로 마음 따로 인 그로 인해 연기자 팀은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어요. 엄태웅의 활약으로 간신히 이겨 집단 입수를 면한 스태프들은 그 순간만큼 엄태웅이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였을 듯하지요. 아쉽게 족구에서 진 그들은 그래서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어요. 이수근이 "3년 만에 처음이다"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밥차를 이용할 수 없었던 멤버들에게는 흐뭇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따로 놀던 이승기와 엄태웅의 진가가 하나로 드러난 것은 제작진이 준비한 잠자리 복불복이었어요. 멤버들에게 잠시 쉬라고 하고서 열심히 노래방 기계로 화음을 맞추던 그들은 듀엣 대결을 통해 실내와 야외 취침을 가리자고 하지요. 승리를 장담하던 경기에서 힘들게 만든 연기자 팀을 이기기 위한 나피디의 불꽃 튀는 대결 모드는 이런 준비에서 시작했던 듯하지요. 그렇게 준비된 멤버들 간의 최강 조합은 당연히 '이승기와 엄태웅'이었어요.


이수근도 못하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엄정화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시켜본 엄태웅의 목소리는 의외로 멋졌어요. 축구와 족구로 인해 뭔가 부족한 점을 찾은 이들은 엄태웅이 노래에서도 구멍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매력적인 그의 노래는 근사했어요. 노래방에서 자신의 대표곡이었다는 '중독된 사랑'은 정말 많이 불러본 솜씨였어요. 프로 가수와 같은 기교는 없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노래는 참 듣기 좋았어요.

이승기의 곡도 함께 불러보지만 자연스럽게 '중독된 사랑'으로 결정된 그들은 마치 오래 전부터 함께 노래를 불렀던 것처럼 능숙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쉽게 하나가 되었어요. 남자 둘이 주고받으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부르는데도 이렇게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이승기와 엄태웅이었기 가능했겠지요.

제작진은 박민정 피디와 김대주 작가가 여러 번 화음을 맞추며 최상의 조합임을 자신했지만 '황제와 장군'이 모여 만든 '황장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남자 둘이 강렬한 보이스와 부드러움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부르는 '중독된 사랑'은 남녀가 만들어 낸 환상적인 '그대 안의 블루'도 따라 올 수는 없었어요.

당연히 노래방 기계는 황장군에게 100점을 주고 제작진에게는 92점을 주며 그들의 승패를 결정해주었어요. 제작진 조합 역시 비록 황장군 조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정말 멋진 화음으로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지요. 뜻하지 않게 벌어진 한밤의 노래 대결은 '노래방 나가수'처럼 무척이나 진지하게 진행되었고 감동이었어요.

물론 '나가수'와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건 분명하지만 '신들의 경연'을 구경하는 일반인들의 모습과는 달리, 노래방 기계 앞에서 자신이 가진 감성을 그대로 드러낸 이승기와 엄태웅의 노래 역시 다른 의미로 충분하게 감동스러웠어요.

다음 날 제작진 80명 전원 입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강호동으로 인해 6:6 계주가 진행되었지만 '발재간'없는 완벽남 엄태웅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무당'스러움을 전해주며 패배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그들은 졌기에 가장 아름다운 남해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방송을 위한 여행이 아닌, 자신들만을 위한 여행을 하기 시작한 그들은 지금이 제철이라는 '털게구이'를 시작으로 만개한 벚꽃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남해 계단식 다랭이 논의 모습은 이국적이기까지 했어요. 흐드러지게 핀 꽃밭에서 맘껏 포즈를 취하고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1박2일 멤버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즐거워보였어요.

이동 중 엄태웅에게 걸려온 수애의 전화를 두고 강호동의 몰아가기는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지요. 어쩌면 <1박2일 여배우 편>에 수애가 등장하지는 않을까라는 기대까지 하게 만드는 상황은 그들이 좀 더 가깝고 친근해졌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어요.

<1박2일 남해 편>은 다양한 재미로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들이 잘 드러난 방송이었어요. 여행의 즐거움을 모두 담아낸 그들의 노력으로 인해 남해에 내려온 화사한 봄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지요. 여기에 환상의 조합인 황제와 장군이 만나 만들어진 '황장군'은 앞으로 <1박2일>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어요.
 
<1박2일>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특별한 존재인 이승기와 새롭게 투입되었지만 이미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명확하게 증명해준 엄태웅이 함께 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행복일 수밖에는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