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에 시달린 이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진혁은 오히려 자신이 역병에 걸리고 마네요. 쉬지도 못하고 강행군을 하고 허의원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염되었던 진혁은 영래의 간호와 영특함으로 구사일생을 하게 되지요. 이 과정에서 가장 슬픈 영혼이 되어버린 경탁의 아픔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되며 분격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영래를 위한 경탁의 마음이 영래를 멀어지게 한다
링거가 없던 조선 시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병을 만들고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병 치료에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한 진혁의 모습은 흥미로웠지요. 이런 진혁의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그동안 어느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을 느낀 영래가 그를 향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괴질을 고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치료에 전념하는 진혁의 모습은 이후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잘 알게 해주지요. 가장 낮은 사람들과 왕과 왕의 아비가 될 사람을 동시에 생명을 구하는 상황은 곧 거대한 양쪽의 힘을 모두 얻는다는 점에서 중요하지요.
진혁이 살던 현대에서 자신의 의술에 취해 인간적인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던 그가 조선 시대로 와서는 진정한 의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은 결국 '닥터진'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적이기도 하지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된다는 점은 중요하지요. 더욱 진혁 스스로 괴질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과정에서 그의 옆을 지키며 목숨을 살린 영래로 인해 본격적인 삼각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지요.
영래의 영특함은 현대 시점이나 과거에나 변함이 없었지요. 괴질로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마저 망가져 버린 영래는 더 이상 무너질 곳도 없지요. 어머니로 인해 김 대감의 서자인 김경탁의 정혼자가 되기는 했지만 자신은 그런 결혼을 탐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런 상황에 자신 곁으로 온 진혁이라는 존재는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자신이 바라던 인물상을 보이고 있는 진혁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꽉 막힌 마음을 뚫어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영래의 마음이 급격하게 진혁으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말이에요.
이런 영래의 마음이 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가장 낮은 사람들이 살던 곳인 토막을 불태워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부터이지요. 김 대감이 어의 유홍필의 간교로 인해 토막에 불을 질러버리게 되지요. 이 과정에서 한 번도 아비인 김 대감의 명을 어긴 적이 없었던 경탁은 처음으로 김 대감의 명에 반하는 말을 하게 되지요.
경탁은 영래가 혹시 화를 입을까 라는 생각이 극구 반대하지만, 김 대감의 결정은 이미 난 이후이고 돌이킬 수는 없었지요. 누구보다 김 대감을 잘 알고 있는 경탁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지요. 이미 결정은 났고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자신이 할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 이유는 토막에 있는 영래를 구하기 위한 방법은 이것 밖에는 없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영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선택을 미워하기는 힘들지요. 비록 서출이기는 하지만 양반의 피가 흐르고 있는 그에게 천민들이 모여 사는 토막 정도를 불내는 것이 두렵거나 힘들지는 않지요. 분명한 신분제도가 있었던 조선 시대에 이런 행동 자체가 무모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에요. 더욱 괴질이 출범하고 막을 수 없다는 어의의 이야기 역시, 토막을 불태워 병의 근원을 없애야 한다는 발언을 반박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이 과정에서 경탁의 분노와 아픔, 슬픔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지요. 영래가 향한 토막으로 달려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탁의 모습을 시작으로, 그녀에 대한 걱정으로 평소에 흐트러지지 않았던 그가 술에 취한 것 역시 경탁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보여주지요.
술에 취해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영래의 오빠인 영휘와의 대화는 경탁의 본심과 캐릭터를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지요. 서출로 태어나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경탁. 그런 그를 인간적으로 대해주었던 영휘와 영래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가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지요.
큰 상처만 받고 살아왔던 그가 처음으로 그들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배웠다는 점에서 영래라는 존재는 중요할 수밖에는 없지요. 그런 그에게 영래는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토막을 불태우고 그녀를 구해내는 과정도 이해할 수가 있지요.
영휘 앞에서 취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털어내는 과정에서 능숙한 대사 처리를 보인 김재중의 연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네요. 사경을 헤매며 보여준 송승헌의 발작연기가 호평을 받으며 그동안 있었던 연기력 논란을 조금은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요.
송승헌이 역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이 과정에서 영래에 대한 사랑이 커지는 모습은 '닥터진' 5회에서는 무척이나 극적인 장면이었어요. 그만큼 이 과정이 이후 이야기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송승헌의 사력을 다한 연기는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이런 송승헌의 연기도 좋았지만 김재중이 보여준 김경탁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기는 매력적이었지요. 한없이 슬픈 운명을 타고난 김경탁이 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인 영래를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슬픈 운명으로 갈 수밖에는 없게 되겠지요.
김재중이 연기한 김경탁이란 인물은 결국 영래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릴 수밖에는 없을 듯하지요. 영래는 처음부터 경탁과 결혼을 할 생각이 없었고, 이런 상황에 진혁이라는 존재가 등장했다는 것은 이들의 사랑은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지요. 여기에 김 대감과 적대 관계였던 흥선군이 권력을 잡으며 자연스럽게 몰락하게 된다는 점에서 경탁의 운명은 슬플 수밖에는 없지요.
이런 경탁의 슬픈 운명을 예감하게 하는 영휘와의 대화는 그래서 슬펐지요. 아비인 대감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하는 유일한 한 사람인 영래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은 그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인 장면이었지요. 영래와 진혁이 본격적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은 곧 경탁의 슬픈 운명이 깊어질 수밖에는 없게 되지요. 과연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는 없겠지만 경탁을 연기하는 김재중의 모습은 합격점을 줘도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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