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9. 14:14

비 정지훈, '도망자'로 도망자 멍에 벗을까?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인 '도망자'가 오늘부터 방송되네요. 상반기 '추노'로 대한민국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곽정환과 천성일이 다시 손을 잡고 '추노'를 능가하는 드라마로 돌아왔어요. 시나리오 구상 단계에서 부터 화제가 되었던 이 드라마는 비 정지훈이 구상 단계에서부터 참여를 희망하며 더욱 큰 관심을 받았어요.

정지훈 도망자로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추노 꾼이 된 주인공과 대의를 위해 노비가 된 장수, 그들의 엇갈린 사랑에 아파해야만 했던 여주인공 등 주요 등장인물들 뿐 아니라 매력적인 조연들의 활약 역시 이 드라마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어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던 드라마는 외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커다란 환영을 받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죠.

이런 대 성공을 거둔 최강의 궁합을 보인 작가와 연출자가 작품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작품에 함께 하자는 의견에 동의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었어요. 남자 배우들은 제2의 이대길 장혁이 되고자 했고, 여배우들로서는 혜원이 이다해가 되고자 했어요. 

매력적인 이야기 속에 탐나는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연기자로서는 행운과 다름없으니 말이지요. 더욱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가와 연출자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면 어느 누가 참여를 꺼려했을까요? 그런 대단한 물밑 작업에서 최후의 승자는 다름 아닌 비 정지훈 몫이었지요. 

우리나라 배우로서는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 단독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였고, 국내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스타성을 가진 그에게 '도망자'는 무척이나 어울렸어요. 할리우드 영화 출연이후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그가 과연 '도망자'에서 장혁을 뛰어넘는 카리스마로 연기자 정지훈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은 무척이나 컸죠.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비로서는 새로운 도약을 통해 확실한 자리매김이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할리우드 영화를 끝내고 후속 작품이 진행되지 않고 올해 발표한 신곡이 기대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자로 돌아선 그의 선택은 탁월했으니 말이지요. 

그렇게 순풍에 돛단 듯 잘 나가던 '도망자'는 비의 회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전량 매각하며 도마 위에 올라서게 되었어요. 최악의 먹튀라는 말과 함께 그의 도덕적이지 못한 행보들은 그 회사에 투자한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절망으로 다가왔지요.

비 하나를 위한 1인 기업인 회사에서 중추인 비가 자신의 지분을 모두 팔아버렸다는 것은 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니 말이지요. 많은 기대를 했던 이들에게는 이보다 절망적인 소식은 없었지요. 그렇게 개미 투자자들은 소송을 걸기 시작했고 여론은 차갑게 식어가기만 했어요. 

그 어느 해보다 부도덕한 연예인의 처신이 문제가 되며 정지훈 역시 파렴치한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요. 군 입대 문제까지 결부되며 해외 촬영을 이유로 국내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정지훈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는 없었어요.   

군 문제는 연기가 확정되며 2011년 입대가 결정되었고 문제가 되는 주식 매매에 관해서는 이번 제작보고회에서도 일절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서 드라마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말았어요. 물론 작품 보고회를 비 정지훈의 기자회견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지요. 그렇기에 정지훈의 선택이 중요했어요.

작품 보고회 전이나 후에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정리해 문제가 되었던 사안들에 대한 입장정리는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존재인 대중스타가 대중들의 질타를 받으면서 자신의 할일만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지요.

권상우의 뺑소니 사건이 제대로 된 반성도 없이 얼렁뚱땅 마무리 되고 바로 '대물' 촬영을 함으로서 여전히 권상우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으며 드라마 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지훈의 태도는 아쉽기만 하지요.

정지훈을 제외하고 드라마 '도망자' 자체는 매력덩어리에요. 오랜만에 드라마 나들이를 하는 이나영의 여전한 매력은 남성들을 환호하게 만들지요. '남격'을 통해 최고의 매력남으로 거듭난 이정진과 부드러우 남자 다니엘 헤니까지 더해진 라인업은 환상이라 표현할 수도 있죠.

명품 조연들인 성동일과 공현진이 '추노'에 이어 이 작품에도 등장하며 많은 이들을 흐믓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드라마 '도망자'에 대한 기대를 높게 만들기만 하죠. 분명 '도망자'는 성공할 수밖에는 없을 거에요. 완벽하게 갖춘 드라마가 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 말이지요.

아쉬운 것은 정지훈이 성공한 드라마를 통해 면죄부를 받는 것이 아닌 잘잘못을 떠나 그런 논란이 일수밖에 없었던 사정들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자리를 마련했었어야 했어요. 문제가 있다면 풀어가고 잘못이 없다면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을 하면 되는 것을 아무런 언급 없이 넘어가면 많은 이들은 정지훈이 진짜 죄를 지었다고 믿을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2010년 하반기 최고의 드라마가 될 '도망자'에서 원없이 도망만 다녀야 하는 정지훈이 진짜 도망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중들에 대한 보다 진정어린 모습이 있었어야 했어요. 아무런 언급 없이 시작된 드라마로 인해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도 할 줄 모르는 수준이하의 인간들일 뿐이라는 편견을 가지도록 만들었어요. 이런 점들이 무척이나 아쉽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