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3. 07:02

석호필 커밍아웃에 실망과 비난보다 러시아 행 거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형을 위해 감옥을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은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통해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웬트워스 밀러가 커밍아웃을 했다고 합니다. 그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미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뉴스가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입니다. 

 

일부의 주장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석호필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스타란 이성애자이자 섹시함을 유지해야만 하는데, 그런 강렬한 남성성을 보여야만 하는 존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배신이라는 식의 주장은 한심함을 넘어 편견으로 만든 추악한 공격일 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석호필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놀라운 일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인 정체성을 밝히는 행위는 개인의 자유이자 취향일 뿐 누군가에 의해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이어서는 안 될 겁니다. 성적인 취향이 단순히 공격의 이유가 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웬트워스 밀러는 국내에서는 극중 주인공 이름을 인용해서 귀여운 석호필이라는 한국식 이름까지 지어줄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스타였습니다. 그는 올 해 개봉되었던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배우만이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로서도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재다능한 존재임을 각인시켜주었습니다.

 

석호필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대중들에게 불거진 이유는 그가 러시아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상황에서도 이를 거부하면서 부터였습니다. 그가 왜 러시아 영화제에 가지 않는지가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대중들에게 큰 화제 거리가 될 수는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가치를 잊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예전에 러시아에서 즐겁게 지냈던 한 사람으로 초대에 응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 줄은 알지만, 동성애자로서 초대를 거절한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최근 태도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 상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나 같은 사람들이 사람과 사랑의 기본권리를 거부당하고 있는 나라에서 열리는 행사에 좋은 마음으로 참석할 수 없다"

석호필이 러시아 영화제에 참석할 수 없는 이유는 특별하고 중요했습니다. 석호필은 지난달 발효된 러시아의 '동성애 혐오법'에 대해 반박하며 러시아 영화제에 초대를 거부했습니다. 그가 초대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당하고 당연히 환영받아야 하는 일일 겁니다. 

 

2007년 할리우드 배우 루크 맥팔레인과 데이트한 장면이 포착되면서 한 차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잠잠했지만, 이번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피터즈버그 인터네셔널 필름 페스터벌 총감독에게 보낸 편지로 인해 다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고 그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나아가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 중 커밍아웃을 한 스타들이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는 작업들이 이어지는 것 역시 비난까지는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중요한 것은 석호필이 동성애자라는 사실보다는 그가 왜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 초청을 받고도 가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 입니다. 과거 러시아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초대를 거절하는 이유를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성애자가 왜 러시아에 가기 싫어하는지에 대한 다음 발언이 중요했습니다. 러시아가 최근 발효한 '동성애 혐오법'에 대한 당당한 부정이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의 기본권리를 거부하는 나라에 참석할 수는 없다는 석호필의 주장은 당연하고 멋지기까지 합니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동성애자들의 결혼이 합법화되고 국내에서도 김조광수라는 유명한 커밍아웃 영화 제작자가 동성결혼을 준비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또 다른 성을 선택하는 것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랑을 한다고 그들이 비난을 받을 수 없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석호필이 이야기를 하듯 기본 권리마저 거부당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그에 대한 당당한 주장은 대단함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국가와 많은 이들이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러시아에서 발효한 '동성애 혐오증'처럼 여전히 많은 이들은 동성애를 터부시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면서까지 러시아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 자체는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일 겁니다.

 

비록 환상속의 석호필이 현실에서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변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겁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성적 정체성이 큰 문제로 다가올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우 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것은 석호필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보다 그가 왜 러시아 초청을 거부했는지 일겁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 주세요. 
                                                로그인 하지 않으셔도 추천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