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7. 15:09

오래된 지연 동영상 왜 지금 논란인가?

어제 기사화되며 이슈가 되고 있는 티아라 지연의 몸캠은 본인 확인과 상관없이 이미 아이돌 스타 한 명을 매장하기에 부족함이 없네요. 길게는 4, 5년 전 짧게는 2년 전부터 봤다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지금 문제가 된 이유는 뭘까요?

17세 소녀의 절망, 사실 관계와 상관없는 여론 사냥




사실유무를 떠나 아직 어린 소녀에 대한 네티즌들의 모습은 무서울 정도네요. 화면에 드러난 신체적인 특징들을 찾아내 현재의 그녀와 비교하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작업들마저도 무슨 사명감이라도 가진 듯 치열할 정도에요. 당연하듯 지연을 통해 다양한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이들의 집착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뿐이네요.

오래된 영상이 이토록 커다란 파급력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단 하나에요. 바로 공신력을 가진 언론이 언급했기 때문이지요. 적나라하게 이름을 쓰고 상황들을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서 동영상 속의 존재는 지연이 분명하다는 무언의 신뢰를 보낸 것이지요.

기자들과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지만 여전히 언론의 신뢰는 높기만 하지요. 최소한 그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자세를 사명감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이미 2년 전에도 지연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들이 커뮤니티에서 떠돌기는 했지만 그리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어요.

호응하는 이들도 있었고 아니라고 하는 이들도 많았기에 그저 그런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밖에는 없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이 영상이 급부상한 것은 언론의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밖에는 안 보이네요. 언론의 사명감에는 여러 가지가 있기에 이슈가 되는 사안들을 정리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사안에 따라 기사 화 해야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어요. 

잘 잘못을 떠나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네티즌에 의해 거론되었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자세도 안 되어 있어요. 이는 철저하게 이를 통해 이슈를 만들고 이득을 보겠다는 심보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연예부 기자들이 특정 사이트에 상주하며 연예인들의 다양한 가십거리들을 축출해서 이슈 기사를 양산해 내는 것이 요즘의 기사 작성법이라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연예인들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폄하하는 것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대중들도 문제가 될 거에요. 전체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논란을 만들고 부추기면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고 이런 화제를 공유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기에 이런 습성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거에요.

권상우나 비 등이 저지른 잘못은 철저하게 잘잘못을 가려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지연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까지 일방적으로 끄집어내어 논란을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만약 영상 속의 인물이 지연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요. 아무리 개인적인 공간에서 철없이 한 행동이지만 그런 행동이 옳은 일일 수는 없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그런 영상을 공론화 시켜 여론몰이 해서 마녀 사냥하듯 웃고 떠드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주 '김혜수의 W'에서 나왔던 이란 여성에 대한 돌팔매형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어요. 아직 명확한 사실 관계도 나오기 전에 땅에 몸을 묻고 움직이지 못하는 여인에게 돌멩이를 던져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즐기는 잔혹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작금의 상황은 두렵기까지 하네요.  

아직 어린 소녀가 실수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를 이런 식으로 공론화해서 비난하고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최소한 그녀가 영상 속의 인물이 맞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하고 기사 유무를 결정해야만 하는 기자와 해당 언론사는 책임을 통감해야만 해요.

아무리 발로 쓰는 연예기사라는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최소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가려서 기사를 써야 한다고 봐요. 아무리 막가는 세상이라지만 아직도 어린 소녀에게 치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기사로 작성하는 이유를 알 수 없네요.

지연 본인이 아니라면 그녀가 겪어야만 하는 처참한 상황들을 어떻게 보상하실 건가요? 성인이어도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 나이에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이미 몇몇 연예인들이 사생활 비디오가 일반에 공개되어 여자로서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감내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이젠 미성년자의 증명되지 않는 일을 여론 화 해서 얻어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네티즌들이 문제라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이 전체에게 알려지는 경우는 기사화되는 경우에요. 사실 관계가 명확한 내용을 정리해 올려 화제가 되면 모르겠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관심 없이 누구누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식의 기사 작성은 최악일 수밖에 없어요.

더 이상 어린 연예인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주는 일은 없기를 바라네요.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보여 지는 모습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무덤을 파고 밀어 넣으려는 심리는 잘못된 감정 소비일 뿐이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