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30. 10:19

기황후 역사왜곡과 비교되는 신의, 추한 하지원 시청률 1위로 행복하셨어요?

역사왜곡 논란이 오히려 관심을 이끄는 역할을 한 '기황후'는 첫 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이 무척이나 효과적일 수 있음을 이번 사례는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왜곡을 자행하면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절망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현재의 권력을 암시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황후'는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지상파에서 50부작이라는 대작으로 방송이 되고, 하지원 등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고, 시청률 1위에 환하게 웃을 하지원의 모습은 추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하지원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점에서 이번 드라마 출연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녀가 기존 기획사를 나와 1인 기획사를 꾸린 후 첫 행보라는 점에서 기대를 했지만. 하필 그 작품은 역사를 왜곡한 한심한 드라마라는 점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하지원의 연기를 누구보다 사랑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이번 선택은 그동안 그녀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내가 맡은 '기황후'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한류 스타와 같다"

"한희 감독이 '당시 원나라는 지금의 뉴욕 같은 곳'이라고 하더라. 패션이나 풍속 등이 고려에서 원으로 전파됐기 때문에, '기황후'는 한류스타와 다름없다"

 

"그래서 패션, 메이크업 등 하나하나 직접 자료를 찾아서 제작진에게 제안도 했다. '황진이' 때도 의상이 화려하지만, 이번에도 여성시청자들의 많은 기대를 받을 것 같다. 특히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은 큰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앞으로 '기황후'에서 '다모'나 '황진이'와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미모나 웃음을 이용해 황후에 오르는 단순한 면모가 아니라 특유의 전술과 대담한 전략을 이용해 황후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정치적인 심리 싸움을 그려낼 것이다. 여성의 암투를 다룬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 배우들이 나선 기자회견에서 하지원이 했던 발언들은 그녀가 얼마나 무지한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역사왜곡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마련한 기자회견 장에서 기황후는 한류 스타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미련을 버리는 것은 쉬웠습니다. 

 

 

역사적 왜곡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오직 기황후를 대단한 존재로 각인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하지원의 모습 속에 무서움이 도사리는 것은 많은 이들도 같았을 듯합니다. 역사를 왜곡해도 그저 자신에게 돈벌이가 되주는 역할이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인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오직 '기황후'에 출연하는 배우들만 모르고 있는 듯하니 말입니다.

 

그저 의상이 화려하고 외모를 꾸미고 그런 왜곡된 배역이라도 자신이 열심히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일제 시대 일본 앞잡이가 되었던 친일파들의 생각과 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비유가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지만, 현재 '기황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 친일파들과 유사하다는 공감대에서 이들의 행보는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배우로서 가장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연기력 논란이다. 그런 부분이 배우로서 가장 힘들 뿐이다"

"만약 이 인물이 충혜왕으로서 등장하고 드라마 내용에 역사적 사실과 기록이 나와 있는 신이 있다고 한다면 그 왕에 대해서 사전에 준비하고 드라마를 찍지 않았겠나. 그러나 대본에 있는 상황들은 그런 것과 전혀 다른 어떤 허구의 설정이었다. 오히려 그 설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사실 드라마 팀과 이런 얘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드라마 만들 바엔 차라리 다큐를 찍지 왜 드라마를 찍느냐'하는 얘기였다. 역사적인 사실에 있어서는 드라마 내에서 다뤄지지 않을 것이고 캐릭터에만 충실하겠다"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주진모는 한 술 더 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배우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연기력 논란이라고 합니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연기력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다면 그보다 더한 고통은 없을 테니 주진모의 이야기가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그동안 연기파 배우가 아니었던 그가 느끼는 고통은 더욱 컸을 테니 말이지요.

 

 

기황후를 주인공으로 다루는 드라마에 이름을 바꾼 왕이 등장한다고 고려 시대 실존 왕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집니다. 여기에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만들 바엔 다큐를 찍지 왜 드라마를 찍느냐는 주진모의 발언은 기가 차게 합니다.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진 사극의 대부분은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살린 드라마였습니다. 주진모의 말대로라면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드라마는 그저 다큐라는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는지를 폄하하는 주진모의 한심한 발언은 '기황후'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사왜곡을 그저 드라마적 재미 정도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바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니 말이지요.

 

논란이 되었던 '기황후'는 최고의 대진운으로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최악의 월화드라마라고 꼽히는 '수상한 가정부'와 '미래의 선택'이 너무 약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돋보였던 '기황후'가 과연 앞으로 정상적으로 이런 관심을 받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수목드라마라면 한 자리 수치도 기록하기 힘들 '기황후'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고려 말 기황후가 득세를 하던 시절을 그렸던 '신의'가 다시 떠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노국공주와 기황후는 서로 다른 입장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고려의 독립을 막기 위해 원 군대를 보낸 권력만 탐했던 기황후와 고려 왕비가 되어 힘겨운 상황에서도 공민왕을 도왔던 노국공주의 이야기는 참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노국공주가 아닌 기황후를 택한 그들이 역사왜곡을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했습니다.

 

역사왜곡을 해도 그저 재미있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생각이라면 방송은 위험한 공간이 될 겁니다. 그저 완벽한 허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황후'의 역사 왜곡을 보면서 같은 시대를 다뤘던 이민호의 '신의'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같은 시대를 다루고 있음에도 고려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던 이민호의 모습이 오늘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할 듯합니다. 막장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이 이제는 역사왜곡마저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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