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8. 08:14

응답하라 1994 20회 유연석 세상에 이렇게 짝사랑을 아름답게 하는 남자는 없었다

토요일 마지막 한 회를 남겨둔 '응답하라 1994'는 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20회 '끝의 시작'을 통해 마무리를 해간 응사는 김재준이 쓰레기라는 사실을 마지막에 확실하게 알리며 마지막 한 회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20회의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유연석이었습니다. 나정이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짝사랑을 완벽하게 보여준 칠봉이 유연석의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비록 그가 나정이의 짝이 될 수는 없었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란 무엇인지 보여준 칠봉이의 사랑은 분명 감동 그 이상을 남겨주었습니다.

 

나정이와 밀레니엄 전날을 함께 보내며 본격적인 사랑이 시작되는 줄 알았습니다. 쓰레기와 헤어져 홀로 있는 나정이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 칠봉이는 그렇게 자신 만의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호준이와 애정이 커플과 함께 영화를 보고 자신의 데이트 장면을 들킨 기자에게 아직은 혼자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칠봉이에게는 나정이와의 사랑의 시작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칠봉이가 동일의 부상 소식에 함께 병실을 찾고 돌아가던 길에 마주한 엘리베이터 안 쓰레기를 보면서 그들은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를 보기 전까지 안정적이었던 나정이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마음처럼 나정이 역시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생각은 그저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이었음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김혜수의 플러스유' 녹화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나정이의 회사를 찾은 칠봉이는 그녀에게 케이크를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메이저리거가 어깨 부상을 당했으면서도 자신을 간호해주는 나정이가 있어 행복한 칠봉이는 참 바보 같은 남자였습니다. 케이크를 전해주면 자신의 생일을 기억해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나정이는 자신의 생일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칠봉이가 사고가 난 이유는 나정이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쓰레기와 헤어지면 당연히 자신에게 마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정이는 여전히 자신을 마음에 담고 있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쓰레기를 만나러 급하게 나갔던 나정이가 하염없이 울며 돌아와 방에서도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면서 차마 들어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칠봉이 모습 속에서 친구와 연인 사이의 그 미묘한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사고로 입원한 자신을 찾은 나정이가 사온 떡볶이를 먹기 위해 젓가락질을 하다 입을 벌리고 먹여주기를 바라는 칠봉이에게 포크를 전달하는 나정이의 모습은 명확했습니다. 만약 나정이가 조금이라도 칠봉이를 남자로 생각했다면 그렇게 포크를 손에 쥐어주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지요.

 

나정이가 쓰레기에게 배려가 넘쳐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듯, 나정이 역시 배려심만 넘쳤습니다. 나정이가 칠봉이 병실을 지켜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당한 사고라는 점에서 무한 책임을 느낀 나정이가 칠봉이가 원하는 대로 병실을 지켜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나정이의 모습이 사랑이 아닐까 하는 막연함은 산산조각 나듯 무너져가고 있었습니다.

 

포크가 말해주던 행동은 그저 장난이라 치부할 수 있었지만, 나정이가 4층에 입원해 있는 자신을 위해 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요. 지난 번 쓰레기를 마주한 곳이 바로 엘리베이터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쓰레기를 만나기에 부담스러웠던 나정이가 선택한 것은 바로 계단이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칠봉이에게 한계로 다가왔습니다. 여전히 쓰레기만 마음에 담고 있는 나정이는 그렇게 자신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병원 복도에서 쓰레기 친구들이 빙그레에게 지독한 독감으로 쓰러진 이야기를 한 후 보인 나정이의 표정과 행동에서도 자신은 넘을 수 없는 벽을 상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지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열심히 식사를 하는 나정에게 퇴원을 하면 '러브레터'도 보도 맛있는 것도 먹으러가자며 호들갑을 떨지만, 나정이에게 감정의 변화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어깨가 아파 잠에서 깬 칠봉이는 텅 빈 병실 복도에 앉아 전화기만 바라보는 나정이를 발견합니다. 차마 전화도 하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채 아픈 쓰레기를 생각하는 나정이를 바라보는 칠봉이는 마지막까지 나정이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자신에게 기회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던 칠봉이는 어떻게든 나정이가 쓰레기에게 가는 것을 막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나정이 가방에 담긴 쓰레기를 위한 약봉지를 보고 확신하게 됩니다.

 

과거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날 신호등 앞에서 서럽게 울며 자신을 안아주던 나정이, 그리고 냉면을 먹으며 채한 그녀를 위해 준비한 약봉지와 쓰레기에게 식사를 가져다준다며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비껴 지나가던 그녀의 모습을 다시 떠올린 칠봉이는 깨닫게 됩니다. 나정이가 지금도 쓰레기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말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산 약봉지를 들고 차마 전해주지 못했던 칠봉이는 나정이의 현재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칠봉이는 끝이 없는 싸움에 더 이상 집착할 수 없음을 확신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감히 쓰레기의 벽을 넘을 수 없음을 확신한 칠봉이는 그만의 방법으로 마지막 사랑을 정리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치료도 하지 않았음에도 나정이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칠봉이는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나정이에게 사실은 다 낳았는데도 거짓으로 아프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무도 모르게 퇴원을 한 칠봉이는 담당 의사에게 매일 병원에 들려 치료를 받겠다고 전화를 합니다. 칠봉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때문에 다쳤다고 생각하는 나정이가 책임감 때문에 매일 병실로 오는 것을 더는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달리 친구 이상의 감정이 없는 나정이를 더욱 힘들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칠봉이의 선택은 그래서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하지 않지만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답게 이어진 칠봉이의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김혜수의 플러스유'에 출연한 칠봉이의 모습을 보던 친구들은 마지막 그의 발언에 미안해합니다. 사고가 났던 그날 나정이에게 건넨 케이크는 바로 칠봉이 자신을 위한 생일 케이크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그 생일에 대해 미안해하던 친구들은 마지막 멘트로 남긴 칠봉이의 마음에 한없이 행복해합니다. 자신의 이름이 방송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던 친구들을 위해 칠봉이는 친구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진한 우정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미국에 있으면서 가장 외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나정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술 마시며 놀았던 친구들이 없다는 사실이라고 이야기하는 칠봉이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 이름과 함께 나정이까지 포함된 그 이름 속에는 칠봉이에게 나정이는 연인이 아닌 친구였으니 말이지요.

 

미국으로 떠난 칠봉이와 그가 남긴 감동스러운 이야기에 모두가 행복해하는 상황 속에서 일화는 재준이에게서 전화 왔다며 나정이를 바꿔주는 장면에서 확신을 하게 했습니다. 칠봉이가 비운 병실을 보고 집으로 향하던 나정이에게 온 한 통의 문자는 바로 쓰레기에게서 온 문자였지요. 자신에게 와줄 수 있느냐며 아프다는 문자를 보낸 쓰레기는 처음으로 배려가 아닌 사랑을 보였습니다.

 

나정이를 너무 사랑해 과도한 배려만 했던 쓰레기가 처음으로 자신이 아프다며 약한 모습을 보였고, 그런 쓰레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정이가 택시 안에서 서럽게 우는 장면은 감동이었습니다. 너무나 사랑해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이 그렇게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감동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지요. 둘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 칠봉이의 짝사랑은 그래서 더욱 큰 감동이었습니다. 짝사랑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 칠봉이는 진정한 로맨티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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