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6. 08:09

성균관 스캔들 걸오앓이가 슬픈 결말인 이유

선준과 윤희의 매력적인 수동 엘리베이터 키스는 오늘 방송된 <성균관 스캔들> 최고의 장면이었어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여자에게 수동적이었던 선준이 능동적으로 윤희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의 그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변화고 있는지 알려주는 장면이었죠.

흥미로운 건 이런 격정적인 사랑이 곧 그들의 결별을 의미한다는 것이에요. 금등지사의 비밀이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선준과 윤희는 원수라는 것이지요. 윤희와 걸오의 아버지와 형을 죽게 만든 존재가 바로 선준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그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예고하는 것이니 말이지요.
 
슬픈 결말을 예고하는 걸오앓이가 안타깝다




금등지사에 대한 비밀은 홍벽서로 활약했던 걸오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요. 비록 그 배경에 누가 존재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가장 존경했던 형과 윤희의 아버지가 금등지사로 인해 처참하게 죽어야만 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오로서는 숨겨진 비밀이 두렵기까지 하지요.

정조의 수원 천도와 대동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결 조건이 금등지사를 찾는 것이라는 밀명은 거대한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하는 그들의 힘겨운 앞날을 예고했어요. 윤희의 아버지가 남긴 유서 속에 그 비밀을 풀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수수께끼를 풀기 시작하지요.

마치 추리 극이라도 보는 듯 그들은 글자 안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파주를 사용해 '금등'이라는 비밀의 단초를 읽어내게되요. 걸오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금등지사'라는 존재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지요.

서경에 나오는 금등 편에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 그들은 성균관 서책들을 모두 뒤지지만 그 어디에도 금등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어요. 이미 금칙어가 되어버린 금등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는 없었죠. 심증은 있지만 확증이 없었던 걸오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비밀을 문을 열고 말았어요.

선준의 아버지인 좌상과 장의의 아버지인 병판이 금등지사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형과 윤희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동안 형의 죽음에도 수수방관하며 권력을 지키기 위해 비굴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오해했던 아버지가 아무도 몰래 범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걸오였어요.

형을 잃은 슬픔으로 아파하던 걸오는 자신과 다른 아버지를 증오해왔지요. 줏대도 없이 권력만 쫓는 아버지가 미웠어요. 그래서 스스로 비밀을 파헤치고 복수를 하기 위해 홍벽서가 되기까지 했지요. 그런 자신을 말리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얼마나 무모하고 바보 같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어요.

그 누구보다 자식을 잃고 힘들어 했을 아버지에 대해 오해했던 것도 슬프지만 완벽한 복수를 위해 준비를 해오던 아버지의 고통과 절망이 얼마나 깊었는지에 대한 자책은 그를 더우 힘겹게 하지요. 자신이 짝사랑하는 윤희는 원수인 선준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위해서는 비밀을 숨겨야만 하는 걸오는 힘겹기만 해요.

정조의 밀명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준과 윤희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점점 깊어가는 사랑에 어쩔 줄을 몰라 하지요. 둘이 함께 서책을 뒤지는 순간에도 손을 잡고 애정을 보이더니 도서관에서는 서책들에 자신의 마음을 적은 쪽지를 숨기는 서프라이즈를 선보이며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선준의 로맨틱한 모습을 엿보게 했어요.

세 책방에서 마주한 효은과 이를 피해 자리를 비켜주려는 윤희를 막아서며 자신이 좋아하는 이는 따로 있다며 사랑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선준은 매력적이었어요. 비록 갓이 거추장스러워 키스를 하지 못했지만 로맨틱한 선준의 윤희 사랑은 누구도 막아설 수 없는 상황까지 나아갔지요.

이런 그들의 사랑이 결정적으로 폭발한 것은 수동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안이었어요. 중간에 움직임을 멈춘 선준은 윤희의 갓과 자신의 갓을 풀고 처음으로 키스를 나누었어요. 너무 달콤하고 매력적인 이 장면은 '성스'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걸오는 그들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금등지사의 비밀이 선준의 아버지와 연결이 되어있음을 확인하고는 정조의 밀명을 거부하자고 해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끝내고 싶었던 복수를 걸오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윤희에 대한 사랑이 그보다 컸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슬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걸오의 모습은 시청자들이 왜 '걸오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알려주었어요. 자신과의 사랑이 맺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걸오의 마음은 모든 여인들의 로망일 수밖에 없어요.

걸오의 이런 마음과는 달리 달콤한 순간 가장 잔인한 진실을 알게 된 선준과 윤희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성균관 스캔들>이 더욱 흥미로워지는 것은 사실이지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윤희의 사랑을 지켜주고자 하는 걸오는 슬픈 결말만을 예고하고 있네요. 선준과 윤희의 사랑이 성공해도 실패해도 걸오앓이는 슬플 수밖에는 없어요. 어쩌면 이런 운명적으로 슬플 수밖에 없는 걸오이기에 '걸오앓이'가 더욱 깊어지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