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논란으로 일주일이나 늦게 첫 방송을 시작한 '삼시세끼 어촌편'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2, 3회까지도 풀어갈 수 있는 내용을 장근석 통편집을 하면서 짧아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왜 나영석 피디가 위대한지는 오늘 방송이 완벽하게 증명해주었습니다.
목포에서 뱃길로 6시간이 더 가야만 찾을 수 있다는 만재도는 결코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과거 나 피디가 연출하던 '1박2일'에서 한 차례 찾았던 만재도는 그래서 이번 '삼시세끼 어촌편'의 무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와 어우러진 만재도는 최상의 공간이었지만, 날것의 자연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강원도 편의 밍키를 넘어서는 어촌편의 산체의 등장도 반가웠습니다. 꼬마 개에 의미를 심어주는 '삼시세끼' 특유의 감각은 이번이라고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어린 강아지를 보자마자 정신을 못 차리는 유해진의 행복한 모습은 이들의 궁합이 얼마나 좋은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차줌마의 진가는 만재도 집에 도착하는 순간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뚝딱뚝딱 뭐든지 만들어내는 아빠 참바다 유해진의 능력 역시 최강이었습니다. 과연 어촌에서 45살 동갑내기들이 어떻게 생활을 할지 궁금했던 시청자들에게 첫 방송은 완벽한 재미란 무엇인지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미 영화 '이장과 군수'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였던 두 동갑내기 배우는 예능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장근석과 함께 했던 방송이지만 일주일 동안의 편집을 거쳐 방송에서 완벽하게 제거해버린 상황들 역시 대단했습니다. 음성이 잠깐 등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장근석이 과연 출연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말이지요. 우려와는 달리, 차승원과 유해진 둘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장근석이 왜 출연을 해야만 했는지 의아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첫 방송에서 정말 놀라웠던 것은 차승원의 변신이었습니다. 모델 출신답게 완벽한 외모로 역시 라는 찬사를 받은 그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색다름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차줌마라는 별명이 가장 적합한 그의 능숙한 요리 솜씨는 대단했습니다. 마당에 있던 배추를 이용해 즉석에서 만드는 겉절이와 된장배추국은 유해진에게 찬사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계량컵도 필요 없고,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차줌마의 요리솜씨는 기막힐 정도였습니다. 정말 집에서 엄마들이 요리를 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것을 보면 차승원은 진짜 요리를 잘하는 것이지요. 물론 조미료에 대한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꼭 조미료는 있어야 한다고 강변한 차줌마의 선택은 모두에게 먹는 행복을 전해주었지요.
성격이 급한 차승원과 느긋하기만 한 유해진은 천생연분과 같았지요. 차승원도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듯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 있으면 결코 못 볼 것 같다며 그래서 유해진이 잘 맞는다고 하는 이야기가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오래 산 부부처럼 다정한 이들의 모습은 '삼시세끼 어촌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산체와 군소에 대한 애정과 함께 만재슈퍼에 대한 애증까지 특별하게 담아내는 '삼시세끼 어촌편'은 역시 대단했지요. 여기에 핑크색 옷으로 깔맞춤을 한 이장 부부마저도 특별한 예능인으로 만들어버리는 탁월함이 곧 진정한 나피디 예능의 재미로 이끌었습니다.
모자반이라고 통칭 불리는 멀? 혹은 몰과 다시마로 아침을 준비하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닷가에서 음식 재료들을 구하는 유해진은 누군가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마을 주민들과는 쉽게 친해지는 이들의 적응기를 보면서 나 피디의 선택이 왜 탁월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모자반을 생전 처음 접한 차줌마의 요리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해초라는 점에서 단순화 시켜서 요리를 만들어 버린 것도 대단하지만, 맛 역시 뛰어나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차줌마의 솜씨에 놀랄 수밖에 없었네요. 너무 맛있는데 적게 요리를 했다고 아쉬워하는 유해진의 표정은 그 맛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차줌마가 고기를 잡으러 나간 사이 설거지를 하는 유해진의 넋두리 같은 혼잣말은 모두를 자지러지게 했습니다. 진짜 우리네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단어 하나하나의 재미와 찰진 상황 전개는 마치 영화 한 편을 찍는 듯했으니 말이지요. 불을 담당하게 된 유해진은 비를 막기 위해 천막을 치고, 차승원을 위한 의자를 만들고, 작은 냄비를 위한 냄비 받이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첫 회의 압권은 그들에게 잡힌 첫 번째 생선인 군소였지요. 생전 처음 보는 이 낯선 고기는 당요와 정력에 좋다는 말에 즐거워 요리를 시작했지만, 수분이 군소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 늦게 깨닫고 확실한 선을 그었습니다. 밍키에 이어 산체에게 특별한 의인화를 시킨 제작진들에 이어 출연진들이 군소를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과정은 '삼시세끼 어촌편'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였습니다.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해서 "우리 군소라고 했다. 우리..."라는 자막은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너무 작은 군소의 실체를 보고는 매번 잡히는 군소를 풀어주기를 반복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키우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군소"라는 말을 던지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대화 속에 '삼시세끼 어촌편'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 행위가 너무나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이들은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유해진은 여유가 없다며 이런 상황을 아쉬워했고, 차승원은 하루 세끼를 모두 해 먹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의 회전목마' 속에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하루 두 끼였습니다. 과연 세끼가 아닌 두 끼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전업주부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지요. 방송 말미에 도착한 손호준의 리얼 노예 생활도 기대되었네요.
처음부터 존재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벽하게 사라진 장근석. 일주일 동안 편집으로 모두 들어내 버린 이 상황 속에서도 '삼시세끼 어촌편'의 가치와 재미는 온전했습니다. 왜 많은 이들이 이 예능을 기다려왔고 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첫 방송 하나만으로 충분했으니 말이지요. 나 피디가 위대한 이유는 '삼시세끼 어촌편' 첫 방송이 모두 증명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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