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8. 11:12

펀치 마지막회 김래원과 조재현 탁월함으로 드라마 연기의 기준을 세웠다

김래원과 조재현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매회 호평을 받았던 '펀치'가 19회로 종영되었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루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 드라마는 단순히 이런 내용에만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김래원과 조재현만이 아니라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보여준 탁월한 연기력도 화제였기 때문입니다. 

 

조재현이야 원래 워낙 연기파 배우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김래원은 청춘스타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강렬했기 때문에 조재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입니다. 김래원도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고 많은 호평을 받아왔던 만큼 '펀치'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가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춘스타라는 이미지가 그의 진짜 모습을 가리고 있었던 듯합니다.

 

'펀치'를 보면서 가장 먼저 압도당했던 것은 두말없이 김래원이었습니다. 과거 청춘스타로서 큰 호평을 받았던 '옥탑방 고양이' 시절의 그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역대급 짤방을 남긴 김래원의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중후하면서도 매력적인 박정환 역할을 탁월하게 해준 김래원은 과거의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당황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치욕이라는 이태준을 검찰총장까지 올려놓은 박정환의 일생은 처참할 정도였습니다. 모든 것을 얻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려는 순간 그가 뇌종양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힘들게 자신의 신념도 저버린 채 달려왔지만 이태준을 검찰총장으로 만들자마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박정환의 남은 삶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매 회 음식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펀치'만의 독특한 방식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짜장면 하나에도 상점에 따라 맛의 차이가 다르고, 주도권을 잡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음식이 바뀌는 식의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조금은 엉뚱해 보이기도 한 이런 방식은 '펀치'를 상징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지요.

 

음식을 통해 서로의 힘을 겨루고 마음을 통하는 과정은 마지막 장면에서 더욱 빛이 났습니다. 270억 횡령으로 검찰총장에서 범죄자가 되어 취조실에 있던 이태준에게 정환을 사랑했던 최연진은 노트북과 소주 한 병을 가져다주고 아무 말 없이 나갑니다. 그 노트북 화면 안에는 정환이 마지막 남긴 영상 메세지가 있었습니다. 애증의 관계인 이태준을 향한 마지막 유언과 같은 그 영상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죽어가던 정환은 병실에서 소주 한 병을 놓고 녹화를 시작했습니다. 이태준에게 남기는 마지막 영상은 그렇게 그가 떠난 후 취조실에 앉아 있는 그와 마주했습니다. 화면 속 정환이 술을 권하자 현실 속의 태준도 소주를 따라 그와 마지막 대작을 하는 과정은 이 드라마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잘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펀치'는 탐욕으로 찌든 권력자들의 몰락을 선택했습니다. 현실에서는 결코 보기 힘든 인과응보를 보여준 결말은 통쾌하면서도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연하게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이들이지만, 드라마니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정말 우울한 일이니 말이지요.

 

모든 악행을 저지르며 검찰총장까지 올라선 이태준은 10년형을 받았고, 그런 이태준을 몰아내겠다고 더불어 악행을 저지른 윤지숙은 감형 없는 15년 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윤지숙에 협력한 이호성은 5년형을 받았습니다. 윤지숙은 이태준을 몰아낸다는 명분아래 살아왔습니다.

 

강직하고 대단했던 윤지숙의 몰락은 그의 아들이 병역비리 명단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결국 그녀가 괴물이 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괴물 이태준을 잡겠다고 스스로 괴물이 된 윤지숙과 그런 그녀를 돕다 괴물을 이용하는 괴물이 되어버린 이호성의 모습은 섬뜩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죄를 덥기 위해 하경을 차로 치어 버린 윤지숙은 이미 괴물 그 자체였지요. 전화 통화 중 당한 사고를 그대로 듣고 있었던 정환은 당연하게 복수를 다짐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병실에서 기적과 같은 일로 나선 정환은 호성의 차 블랙박스에 있던 메모리카드로 복수를 완성했습니다. 

'펀치'의 마지막 회를 더욱 애절하게 만든 것은 정환의 선택이었지요. 하경이 심정지로 위독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고 취조실에 있던 정환은 그가 딸을 위해 남겨두었던 진통제를 깨트려 버리면서 결심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갑 속에 있던 가족사진을 보면서 오열하며 마지막 남은 진통제를 깨 흘려버리는 정환은 그렇게 쓰러졌습니다.

 

진통제를 맞았다면 최소한 하루 이틀은 더 버틸 수 있었지만, 그는 이를 포기하고 죽음을 맞아들였습니다. 정환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자신이 죽어야 부인이 살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윤지숙의 살인미수로 인해 심장에 큰 충격을 받은 하경을 살리는 것은 다른 심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정환은 스스로 죽음을 앞당기고 자신의 건강한 심장을 하경에게 남겨주고 떠났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던진 정환의 모습은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어가는 정환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준 김래원의 연기는 탁월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더욱 조재현과 함께 만들어가는 탁월한 연기력은 '펀치'를 명품 드라마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조재현의 마지막 웃으며 우는 장면에서 보여준 연기는 시청자들마저 섬뜩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연기란 바로 이런 것이야 라는 사실을 이야기라도 하듯 김래원과 조재현이 보여준 연기는 다른 드라마와는 명확한 차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더욱 최근 방송을 시작한 '블러드'가 연기력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면 '펀치'에 출연한 연기자들의 연기가 얼마나 탁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세 번의 방송사고가 황당하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최명길, 김응수, 박혁권, 온주완, 서지혜, 김아중, 이한위 등 다른 배우들 역시 조재현과 김래원 못지않은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펀치'가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은 분명 이야기의 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더욱 탁월하게 만들어준 배우들의 연기는 진정한 마침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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