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7. 08:20

이승기, 1박2일 나피디 빙의 연기로 수상 논란 잠재웠다

2010년 <1박2일> 마지막 여행에서 보여준 이승기의 예능감은 그가 왜 K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었어요. 이수근의 우수상과 이승기의 최우수상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KBS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여도는 일부의 시각과는 다를 수밖에는 없지요.

나승기가 된 이승기의 예능 감 2011년이 기대된 다




지난주에 이어 <1박2일> 스태프 없이 그들만이 떠나는 여행은 낯설지만 흥미로웠어요. 목적지인 한적한 시골집으로 가는 동안 모두를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나피디로 빙의한 이승기였지요. 나피디의 특징을 그대로 따라하는 승기의 관찰력과 응용력은 백전노장 강호동마저 쓰러트릴 정도로 대단했어요.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는 예능 피디로서 단호하게 결정하고 이끌어가야 하는 나피디의 모습은 항상 건조할 수밖에는 없죠. 그래서 이승기가 잡아낸 나피디의 특징은 "안 됩니다", "땡!", "탈락" 등 부정적인 내용들이 전부였어요. 억양이나 상황에 맞춘 승기의 재현은 인제까지 가는 차 안을 밝고 활기차게 만들었지요. 

이번 겨울방학 특집은 2010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송이었어요. 그렇기에 제작진들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그들만의 여행을 제안했고 그 상황은 서로의 존재감을 알 수 있게 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송으로서는 의미 있는 정리라고 보이는 이유는 그래서이지요. 항상 함께 다니던 그들은 잠시나마 떨어져 있을 때 서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존재감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니 말이지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 주어지고 그렇게 낯선 여행을 떠난 <1박2일> 멤버들은 방송 분량에 대한 중압감과 함께 어떤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해 힘들어 합니다. 역할이 명확한 상황에서 제작 스태프가 없이 자신들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었어요.

단순히 촬영하고 테이프 갈아 끼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조율을 하고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재미를 선보이기 위한 노력들이 어떤 식으로 논의되고 발전되어 완성되어지는 지에 대해서 그동안은 알 수 없었지만 스태프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는 없었지요.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이승기와 강호동이 보여준 모습들은 역시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도록 했어요. 지난 주 방송을 보신 분들이라면 승기의 나피디 빙의에 빵 터졌을 거라고 생각 되요. 이번 주 방송에서는 방송 분량에 무척이나 민감한 강호동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가왔지요. 물만 보면 입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호동은 동생들과 게임을 해 차가운 물속에 들어서는 모습으로 재미를 던져주기도 했어요.

그들이 도착한 한적한 산골에 위치한 집에는 방송을 위해 준비된 다양한 카메라들만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진짜 촬영이 되는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그들은 식사부터 챙기기 시작했어요. 호동은 불을 지피고 종민은 밥을 준비하는 등 서로의 역할을 나눠 준비한 밥상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푸짐한 식사가 되었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여러 가지 제안은 많이 하지만 하는 족족 벌칙 자가 되는 호동으로 인해 만찬 후 설거지도 그의 몫이 되었어요. 겨울비까지 오는 상황에서 설거지를 하고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12시 소등을 하고 기다리라는 제작진의 연락을 받게 되지요.

시간이 되어 도착한 제작진의 손에는 작은 케이크가 들려 있었어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방송에서 서로의 소회를 묻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시간을 가지자는 제작진의 말에 짤막한 소감들을 나누고 준비한 케이크를 먹던 그들은 나피디의 반전에 깜짝 놀랍니다. 맛있는 고구마 케이크에 숨겨진 벌칙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저 평온하고 특별할 것 없는 겨울방학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피디가 내민 케이크에는 잠자리 복불복이 숨겨져 있었어요. 그런 나피디에 맞서 맛있는 아침을 위한 제안을 하게 되지요. 잘 웃지 않는 나피디를 웃기면 그들이 원하는 아침을 대접받는 이 미션에 그들이 자신만만한 이유는 이승기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나피디의 옷을 빌려 입고 수근의 가방을 메고 방으로 들어선 승기의 모습만으로도 폭소가 터지기 시작했어요. 이어지는 나피디 재현은 오는 도중 들으며 웃었던 멤버들을 다시 한 번 자지러지게 만들었고 당사자인 나피디마저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어요.

세밀한 관찰로 만들어낸 승기의 나피디 빙의는 그가 왜 많은 이들에게 환영받고 칭찬받는지를 잘 보여주었지요. 개그맨도 아니면서도 예능을 통해 자신의 끼를 만들어가고 발전시켜나가는 승기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어요.

등장부터 좌중을 휘어잡은 승기의 빙의 연기는 탁월한 관찰력이 만들어낸 능력이었지요. 가수로 시작해 연기, 예능, 예능 MC까지 끝없이 확장하고 있는 승기의 능력이 2010년 들어 더욱 크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어요.

일부에서는 지난 토요일 방송되었던 KBS 연예대상에서 그가 최우수상을 받을 것을 보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어요. 그가 예능에서 한 게 무엇이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승기가 <1박2일>에서 보여준 준재감은 충분히 상을 받아도 좋을 정도였어요.

승기가 가지고 있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함께 '허당 승기'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하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예능 감'을 그대로 전해준 승기에게 최우수상은 당연해 보였어요. 나승기가 되어 제작진들마저 쓰러지게 만드는 예능감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예능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승기의 2011년은 더욱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여 지네요. 상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KBS에서 2010년 승기가 해준 역할에 대해 만족하고 있고 2011년 더욱 좋은 모습으로 자신들과 함께 하자는 다짐과도 같은 상이었다고 보여요. 승기에게 주어진 '쇼 예능 MC 최우수상'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고 자신이 왜 그런 상을 받아야만 하는지는 올 해 마지막 <1박2일>을 통해서도 잘 보여주었네요.  

올 한 해 그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하게 보내야 했던 <1박2일>이 어려운 상황들을 슬기롭게 잘 이겨냈기에 2011년은 더욱 의미 있고 유쾌한 여행 버라이어티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되네요. 올 한 해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