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 10:01

이승환 손석희 두 전설의 만남, 감동일 수밖에 없는 이유

이승환이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룸'에 출연했습니다. 손석희와 이승환이 함께 한 한 컷의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이었습니다. 둘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인 이유는 그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들과 현재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가치 때문일 겁니다. 

두 전설이 한 자리에 모였고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는 말 그대로 품격이 존재했습니다. 6시간이 넘는 TV 토론을 이끌었던 손석희와 홀로 66곡으로 6시간 21분 동안 공연을 한 이승환이 한 자리에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이승환은 '뉴스룸'에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가장 우선 되는 것은 당연하게도 공연이었습니다. 6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목소리 하나 변하지 않고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해낸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승환은 두 곡 정도 음이 불안정했다고는 하지만 6시간이 넘는 동안 66곡을 부르며 2곡정도 불안했다는 고백은 자랑과 동급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이승환은 뛰어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박진영에게도 했던 질문이지만 음원사재기 논란 역시 이승환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이 질문에 이승환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 이승환의 측근에게 홍보를 해주겠다며 접근해 온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 비용이 수억에 이를 정도로 고가였다는 사실이 놀랄 정도입니다.

 

이승환에게 음원 사재기로 득을 보게 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가 그런 꼼수를 부릴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음악은 소유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소비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한탄했습니다. 음원사재기 등의 불법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소비 행태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정답이었습니다.

 

음악은 더 이상 문화가 아닌 상품이 되었고, 이런 상품으로 변질된 현실 속에서 불법적으로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겁니다. 모든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는데 흔한 상품으로 전락한 음악이라고 크게 다를 수는 없으니 말이지요. 분명한 사실은 불법 사재기는 존재하지만 이런 편법이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언제나 최고인 이승환이지만 그는 자신이 살리에르 같다는 말로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언제나 한 해에 몇 곡씩 뛰어난 음반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곡들을 들으며 무너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각은 이승환이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특별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승환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정치적 발언 역시 나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걱정하기는 하지만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판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부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거나 두렵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그가 정치적인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름을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노무현 전 대통령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허무맹랑한 공약들을 내거는 이들과 달리 있는 그대로 약자의 편에 섰던 고인의 도전에 이승환 역시 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불의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런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이승환은 '불의 앞에 중립은 없다'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규정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잘못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이승환의 소신은 당연했습니다.

 

이런 소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승환은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불의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도 상관없다는 그의 이 당당함이 곧 이승환이라는 존재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당당한 소신입니다. 불의 앞에 타협도 중립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래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이승환은 10월 1일 미니 앨범인 '3+3'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손석희의 뉴스룸에 출연했습니다. 앨범 발매와 함께 이어진 결과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보여 왔던 이승환의 출연은 당연했고 반가웠습니다. 그의 이번 앨범에는 마지막 트랙을 주목해야만 합니다.

 

'뉴스룸'에 출연해서도 마지막 곡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곡을 틀어달라고 할 정도로 이승환에게 이 곡은 특별하고 꼭 소개하고 싶은 노래였습니다. 바로 세월호 참사를 노래로 담아냈기 때문이지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이를 믿고 따른 수백 명의 아이들은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습니다.

 

"날이 가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 세월호 안에 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을 그리고 또 기리는 마음에 ‘가만히 있으라’를 만들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하는데, 세월호의 슬픔을 공감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분에게는 이 곡의 지적재산권을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랩을 첨가하셔도, 음향 이펙트를 더 넣으셔도, 뮤직 비디오를 만드셔도 좋고 다큐에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그래서 곡 여러 곳에 편집이 가능하도록 여백을 살짝 두었습니다. 제 것보다 더 훌륭히 완성시켜주시길 바랄 뿐"

 

이승환은 '가만히 있으라'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말 그대로 누구라도 이 곡을 가지고 창작 작업을 해도 상관없다는 말입니다. 의도적으로 여백을 두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가만히 있으라'를 완성하고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곡의 취지를 왜곡하거나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는 목적과 상관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법적 조치할 것임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메일을 통해 곡 사용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지만 이승환의 이런 대단한 선택은 그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악의적으로 그들의 슬픔을 희화화하고 비하하는 집단들에 대해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이승환의 의지 역시 강렬했습니다.

이승환은 이 곡을 취지를 왜곡하고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비하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갔음에도 그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한심한 국가에서 일부 악랄하고 한심한 집단에 의해 죽음마저 조롱당하는 현실에 대한 이승환의 강력한 경고는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이승환과 손석희 고교 선후배인 그들이 만나 나눈 이야기가 길지는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대단했습니다.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타협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은 감동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두 전설의 만남은 역시 그에 걸 맞는 묵직하고 든든함을 남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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