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8. 12:16

무한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 특집에서 다시 드러난 유재석의 존재감

유재석이 왜 대단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무도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꾸준할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로 변치 않는 유재석은 존경받아 마땅했습니다. 2000년 무명을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 방송을 위해 자신이 찍은 영상에서 성공해도 변하지 않겠다는 말은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무도가 이번 주에 보여준 특집은 무척이나 의미 있었습니다. 나쁜 기억을 지워준다는 설정 자체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우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특집이었으니 말입니다. 크로아티아에 실제 있다는 '나쁜 기억 지우개'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이번 특집에서 무도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위안을 안겨주었습니다.

 

혜민 스님,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김현정, 조정민 목사, 윤태호 작가 등 다섯 명이 멘토가 되어 무도 멤버들과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무도 멤버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고민들을 토로하면 이들이 조언을 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이 이런 시간을 가진 것은 이를 무도 멤버들이 실제 일반인들에게 해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멘티가 되어 멘토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해법을 알아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멘토가 되어 낯선 일반인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하는 것은 쉬운게 아니었습니다. 스스로의 고민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그들이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것은 대단한 도전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동적인 움직임이 없어도 무도는 언제나 옳았습니다. 상담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번 특집은 왜 무도가 사랑받는지 잘 보여주었으니 말이지요.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들이 보여준 잘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떤 교과서보다 더 훌륭한 인생 교과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지루하게 상담만 한 것도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예능에서 웃음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엉뚱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자신이 오히려 상담을 해주었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하는 박명수. 제작진들에 의해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해 무의미해졌다는 광희 등 웃음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방송에서 다른 유명한 인사들과 달리 '미생'의 작가 윤태호 작가는 대단했습니다. 왜 그가 그 위대한 만화들(미생, 내부자들 등)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졸이 전부인 그는 어린 시절 대학 입학에 실패한 후 만화가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스스로 20대는 욕망 덩어리였다는 윤태호는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그만의 가치를 밝혔습니다. 만화가로서 성공한 것은 분명합니다. 기자나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에 이견을 보이는 윤태호 작가의 발언은 참 의미가 있었습니다.

 

직업군으로서 성공이 아니라 어떤 목적과 가치를 가지고 그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발언은 생각 못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만화가인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윤태호 작가는 개인의 꿈을 직업에 두지 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둬야 한다고 했습니다. 참 맞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윤태호가 진정한 멘토로서 가치를 보여주었고 유재석은 다시 한 번 왜 그가 국민 MC인지 그 존재감을 증명해주었습니다. 그가 현재 하는 고민도 어떻게 하면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느냐였습니다. 시청률에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방송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자신도 문제지만 방송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데 시청률이 낮아 사라지게 되면 그 많은 이들이 모두 실업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무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참 이런 사람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유재석이 왜 존경을 받는지 이 발언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직접 시민들을 만나 고민을 상담하는 과정에서도 유재석의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고 후련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유재석의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아버지가 숨지기 전날 어머니의 부탁에도 찾아가지 않고 홀로 울어야만 했던 어느 아들의 고백. 그런 고백을 진심을 담아 들어주고 자책감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유재석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배우가 되고 싶지만 어머니 홀로 돈을 버는 집안을 생각하면 고민이 많다는 연기 지망생에 대한 조언들 역시 대단했습니다. 자신 역시 연예인이 되기 위해 했던 경험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공감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 한 번 나오기만 하면 성공할 줄 알았지만 유재석은 10년 동안 무명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조금씩 인기를 얻고 상까지 받았던 유재석은 16년 전 자신이 찍은 영상 속 모습으로 인간 유재석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2000년 2월 7일 '박상원의 아름다운 TV 얼굴'에서 방송된 영상 속 어린 유재석은 자신이 경험했던 무명의 생활. 그리고 성공한 후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현재까지도 유효했습니다.

 

유재석이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곳에 있습니다. 무려 16년이나 지난 과거 셀프 카메라를 통해 다짐을 했던 장면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구나 위기는 있습니다. 성공하면 누구나 변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는 처음 그 다짐을 잊지 않고 지금도 가장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유재석이 여전히 사랑받고 존경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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