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6. 16:01

박명수 예진이에 대한 숨겨진 사랑, 그는 따도남의 지존이었다

어제 방송되었던 <무한도전 타인의 삶>은 무한도전이 왜 진리인지를 잘 보여주었어요. 시청자와 서로의 일상을 바꿔 체험해 보는 특집은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며 '무한도전 위기설'을 퍼트리는 몇몇 기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어요.

악마의 가면을 쓴 천사, 박명수는 따도남이었다




어린 시절 잠시 꿈꾸었던 명수의 꿈은 의사였다고 해요. 많은 이들이 대통령이나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꿈꾸었던 어린 시절처럼 명수옹도 의사를 꿈꾸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자신과 일상을 바꿔 체험할 응모자 140여 명 중 그가 의사를 고른 이유도 그런 이유가 되겠지요. 물론 아내가 의사라는 이유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말이죠.

의사 친구와 아내가 의사라고 그가 의사로서의 체험이 쉬울 리는 없지요. 외계 어처럼 들리는 전문용어에 직접 환자들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어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겉돌 수밖에 없었던 그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웃음이었어요.

그가 방송에서 여러 차례 밝혔듯이 천상 개그맨인 그는 자신의 장점을 전면에 내세워 쉽지 않은 의사 체험을 맛깔스럽게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조금은 낯설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자기 위주로 이끌어가는 모습은 역시 거성답다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그런 그가 위기를 맞이한 것은 13살 뇌수술 환자 예진이었어요. 머리에 수술자국과 수술을 위해 자른 머리카락으로 인해 언뜻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건네는 칭찬인 "잘 생겼다"는 발언은 감수성이 뛰어난 어린 예진이를 울게 만들었어요.

당연하게도 명수옹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안절부절 못하는 그를 위로한 것은 다름 아닌 어린 예진이었어요. 13살 치고는 속이 깊은 예진은 환하게 웃으며 마음에 짐을 지고 있는 명수옹에게 악수를 건네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요.

시간이 흘러도 예진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는 다시 예진이를 찾아 자신이 준비한 명수 피규어를 선물로 내밀었어요. 자신이 의사처럼 치료를 할 수는 없지만 개그맨으로서 웃음으로 예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그는 따뜻한 마음으로 예진이를 품어주었죠.

예진이 역시 자신이 건넬 수 있는 작은 선물을 전하며 어린 소녀다운 모습으로 명수옹을 맞았어요. 낮에 자신을 남자로 봤던 것이 마음에 쓰였는지 수술전 머리가 길었던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는 예진이와 사인을 해달라는 소녀는 천상 13살이었어요.

조만간 퇴원하는 예진이는 명수옹에게 퇴원하게 되면 문자하고 싶다고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죠. 스타들의 전화번호처럼 알기 힘든 게 없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알려주는 명수옹의 모습도 보기 좋았어요. "새벽에는 전화하지 말라고 부인이 오해 한다"는 농담과 "저도 바빠요"라며 맞장구를 치는 예진이는 부녀지간처럼 정답기만 했어요.

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방송을 통해 보여 진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지며 훈훈함을 더해주었어요. 퇴원한 예진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밥 먹으로 온 명수옹을 목격한 아르바이트생이 댓글을 남기며 알려진 사실은 많은 이들을 감동스럽게 했어요.

"오늘 박명수씨가 예진이 데리고 밥먹으러 왔더군요. 카메라도 없이 매니저 한명 데리고 단둘이 왔어요. 정말 멋있는 사람 같습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예진이와의 소중한 약속과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수옹의 마음씀씀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지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난 명수옹의 행동은 '타인의 삶'을 통해 보여준 감동 이상이었어요.

"사생활이라 예진양과 만나 밥을 먹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워낙 그런 일을 많이 했다. 예전에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을 통해 만난 암에 걸린 어린이와도 연락하고 지내는 등 개인적으로 그런 일이 많았다"


명수옹의 측근이 말한 그의 모습은 더욱 감동스럽지요. 오래전 방송을 통해 만나 소아암 환자와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는 내용은 결코 쉬운 행동이 아니에요. 누구나 알고 있듯 방송을 종횡무진하며 활동하는 그가 한 번 만났던 어린 환자와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대단하지요.

알고 있는 분들은 알고 계시듯 벌써 10여 년 가까이 봉사 단체 등에 매 월 수백만 원을 기부하고 있는 명수옹의 마음은 방송을 통해 보여 지는 '버럭 명수'와는 너무 다르지요. 유재석도 명수옹처럼 여러 단체에 수백만 원의 정기적인 기부를 하면서도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보면 둘이 왜 그렇게 친하고 오랜 시간 함께 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지요.

10여 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로 한반도 전체가 꽁꽁 언 1월. 명수옹은 따스한 마음으로 많은 이들의 차가워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비록 방송에서 '악마의 아들'이라며 못된 짓을 하고는 있지만 현실 속에서 그의 모습은 한 없이 마음 따뜻한 아저씨임을 알 수 있게 해주네요.

차도남을 넘어서 새로운 아이콘이 된 따도남의 진수를 보여준 명수옹은 '악마의 아들'이라는 가면 속에 '천사의 마음'을 숨기고 있었나 보네요. 매일 사건 사고만 일어나는 연예계에 이런 따뜻한 소식들이 2011년에는 더욱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명수옹 별명이 '거성'인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지요. 이런 넓고 깊은 마음을 가진 그는 진정 거성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