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0. 15:37

김현아 스폰서거절 기사가 슬픈 이유

이미 고인이 된 장자연 논란이 다시 점화된 상황에서 자신은 스폰서를 거절했다는 한 연예인의 소식은 즐거움보다는 슬픔으로 다가오네요. 장자연을 마치 노력 없이 스타가 되려고 안달한 인물로 폄하하는 듯한 그녀의 발언은 의도적인 홍보 전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장자연의 권력에 의한 악의적인 지배 구조를 폄하하지 마라




장자연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몸으로 스타가 되려는 현상에 대한 고발이 아니에요.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여자를 성 노리개로 삼는 일부 권력자들을 비판하는 것이에요. 여기에 잘못된 관행과 권력에 기생해 부당이득을 보는 몇몇 기획사 대표의 부도덕함과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그들을 고발하는 의미가 강하지요.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공분하고 정치권에서도 이번만큼은 진실이 밝혀져야만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이유겠지요. 장자연 성상납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 같이 우리 사회에서 지도층에 해당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에요.

배우 문성근씨가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도 이 회사 사장이 명단에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거대한 언론 권력으로 이런 파렴치한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한 것에 대해 반성도 하지 않고 권력에 기생해 또 다른 거대 권력을 꿈꾸는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센 것이 현실이지요.

언론사 간부 뿐 아니라 대기업 사장과 이사, 드라마 제작사 사장과 방송 피디, 금융권 인사를 우리나라의 주요한 분야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존재들이 대부분 장자연 리스트의 주요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이 이 논란의 핵심이자 풀어야만 하는 문제에요.

이런 상황에서 배우 김현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자연 사건과 관련되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연예인에 대한 스폰서가 만연되었다는 사실을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통해 알렸어요. 2005년 자신에게도 스폰서 제의가 있었지만 거부했다는 그녀는 미니홈피와 트위터를 통해 그런 일 없이도 성공하는 배우들은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네요.

"아는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 괜찮다면 영향력 있는 스폰서를 붙여 주겠다고 했다"
"스폰서가 뭘 의미하냐고 물어 봤더니 영향력 있는 사람이 CF를 따낼 수 있도록 힘도 써주고 활동에 필요한 경제적 뒷받침도 해주고'라고 했다"
"내가 '뭔가가 있어야 후원을 해주지. 아무 조건 없이 순수 후원을 해 주나. 뭐 애인이 되어 달라거나 그런 조건은 없나'라고 물으니 '그것도 당연히 포함되는 거죠'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저는 '그런 스폰서 필요 없다. 그런 스폰서 없어도 배우로서 제 이름 석자를 알리겠다'고 했다"

"한국 나이로 37세이던 2010년에도 여러 번 제의를 받았었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럴 때마다 거절은 하지만 참 기분 나빴고 집에 와서 엉엉 울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배우로 성공하지 못한다고 악담을 퍼부은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어서라도 꼭 포기하지 말자. 배우로서 자리 잡아야만 한다"


과거 자신에게도 스폰서 제의가 들어왔고 그런 유혹 속에서 자신은 스스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그녀가 밝힌 이야기는 숱하게 들어왔던 내용이고 대부분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고 고백했던 내용과 다를 바 없어요.

물론 이런 스폰서 유혹에 넘어가 쉽게 돈을 버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고 자신만의 능력으로 대스타가 된 이들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에요. 물론 스폰서를 소속 기획사에서 주도적으로 행해 이에 불응해 회사를 나오는 이들도 있고 장자연처럼 과도한 위약금으로 어찌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에요.

"스폰서 제의를 거절했다. 순수 스폰서가 아닌 매춘에 의한 스폰서 없이 배우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라. 유혹을 거절한 사람들 많다. 유혹을 거절하고 꿋꿋이 성공한 사람들이 있으니, 성공한 사람들을 모두 지름길을 택한 사람들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달라"


그녀의 말처럼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지요. 몇몇이 스폰서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모든 연예인들이 스폰서를 통해 성공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장자연의 경우도 31명이라는 인물들에게 100회가 넘는 스폰서를 통한 성상납을 했지만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했으니 말이에요.

문제는 이런 발언을 왜 이 시점에서 해야만 했는지와 이를 대서특필하는 일부 언론들의 행태에요. 장자연 사건이 단순히 연예인 스폰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잘못된 관행과 이를 부추기는 몇몇 기획사와 권력자들의 나쁜 고리를 끊기를 기대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런 상황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으니 말이에요.

장자연의 악덕 포주 같은 소속사 대표를 만나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성상납을 강요받은 상황이고 김현아는 소속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매니저를 통해 그저 의뢰만 받은 상황은 전혀 다를 수밖에는 없지요. 김현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장자연의 경우는 그런 선택마저도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김현아로 인해 장자연은 의지박약에 스폰서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되려는 무모한 스타 지망생 정도로 비하된 듯해 씁쓸하기만 하네요.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요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일반화의 오류를 들먹이며 스스로 오류에 빠진 채 자신만은 당당하게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식의 내용들은 답답하게만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