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1. 13:01

박명수 소신발언 이유는 나도 가수이기 때문인가?

3회 만에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 혹은 그래도 좋을 <나는 가수다>에 의외의 존재감이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어요. 다른 이도 아닌 박명수가 소신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의외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의 독설 마인드가 이번 논란에서는 빛을 발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겠지요.

나도 가수인 박명수, 그래서 뿔난 것은 아니겠지?



첫 번째 탈락자가 된 김건모가 겸허히 받아들였다면 <나는 가수다>는 전설이 되었을 거에요. 국내 최고수 일곱 명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다는 취지의 <나는 가수다>는 이미 두 번의 방송으로 많은 이들에게 주목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진정한 가수에 목말라하는 대중들에게 '세시봉'에 이은 <나는 가수다>의 등장은 환영할 만 한 일이었어요. 비록 음악 전문 방송을 모두 폐지하고 등장한 예능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나는 가수다>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진짜 가수들의 공연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비록 예능이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진짜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의 선택권은 한정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들의 도전이 성공을 거둬 좀 더 많은 가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죠.

하지만 이런 시청자들의 바람은 모두 사라져버리게 되었네요. 소신도 원칙도 없는 제작진도 자신에게 내려진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고 옹니를 부린 김건모로 인해 <나는 가수다>는 최악의 예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네요. 순수한 가수들의 뜨거운 열창의 무대가 탈락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경연장이 되어버렸으니 더 이상 순수한 도전은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네요.

선후배 관계로 돈독한 그들에게 누군가가 탈락한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더욱 선배격인 김건모가 탈락자라는 사실에 참가자들이 눈물을 보인 것은 당연해 보였어요. 이소라가 격하게 대처하며 이런 상황을 왜 방송으로 찍고 있냐며 분노하는 장면은 그녀가 박명수에 대한 비난이였다면 자아도취에 취해 스스로를 나락으로 빠트린 결과이고 제작진에 대한 분노였다면 서바이벌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모순된 행동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가장 비열한 방식을 제시하며 '재도전' 기회를 줄 테니 당사자가 판단하라는 제작진의 발언은 최소한의 예의도 원칙도 저버린 폭력이 아닐 수 없었어요. 김건모로서는 아쉬움이 있었어도 대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해 쿨 하게 물러나는 게 좋았어요.


자신의 문제를 단순히 '립스틱'으로 한정해 위안을 삼고 이를 빌미로 모든 원칙을 깨트리고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은 추악할 뿐이니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은 국내 가요의 활성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변하는 모습에서 타락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는 듯 씁쓸했어요. "김영희 피디 그 입 다물라!"라고 송지효가 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박명수였어요. 가수들이야 이해할 수 있는 행동들이었다고 치더라도 개그맨들까지 합세해 그 장단에 놀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동조하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며 시청자들이 가질 수 있는 의구심을 김영희 피디에게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그의 모습은 단연 화제가 될 수밖에는 없었어요.

"만약 건모 형이 그때 또 떨어지면 어쩔 건가?"


라는 박명수의 발언은 침묵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속 시원하게 논란의 핵심을 건드린 발언이었어요. 박명수의 질문에 급조하듯 다른 이들에게도 '재도전'의 기회를 주겠다는 김영희 피디. 이후 편집을 통해 국내 가수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연하며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 모든 탈락자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겠다는 발언들은 참 난감했지요.

이제 박명수가 <나는 가수다>에 가수로 나설 차례가 되었나 보네요. 이미 디지털 싱글 포함 9장의 앨범을 낸 중견 가수에요. 비록 스스로 기계의 힘을 효과적으로 빌리는 가수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 역시 가수임은 분명하지요. 라이브에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그는 불명의 명곡이 되어 가는 '바다의 왕자'의 주인공이에요. 이제 그도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네요.

뭐 탈락자가 되어도 재도전하고 다음에도 떨어지면 그만인 방송에서 박명수에게도 가수들과 공정하게 대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박명수의 발언은 대단한 용기라기보다는 너무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질문이었어요. 그런 질문마저 환호를 받을 정도라면 <나는 가수다>가 얼마나 경직된 방송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하지요.

나도 가수인데 매니저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박명수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박명수도 엄연한 가수에요. 비록 노래를 잘 못하는 가수이지만 그도 분명한 가수이지요. 가수의 입장에서 원칙에 위배된 행위를 하면서도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 다른 가수들에게 그는 화가 난 것은 아니었을까요? 박명수로 인해 그나마 통쾌함을 가질 수 있었던 <나는 가수다>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