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31. 06:32

국민 할매가 아닌 아빠 김태원은 감동 이었다

'부활'의 영원한 리더 김태원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들려준 이야기는 역시 감동이었어요. 삶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은 감동일 수밖에는 없지요. 단순히 명언 집에 있는 명언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직접 경험을 통해 우러나온 깊은 울림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는 해요.

11살 아들과 이야기 하고 싶은 아빠 김태원




김태원이라는 존재는 어느 순간 예능을 통해 익숙해진 '국민할매' 정도로 규정되곤 해요. 그가 예능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부활'의 역사 즉, 김태원의 삶을 다룬 드라마까지 발표되면서 그를 음악인으로 재조명하는 부분들이 커지기도 했지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부활'을 지키며 음악 활동을 해왔던 그와는 달리, 일반인들에게 그는 단편적인 기억 속에서 예능 하는 '국민 할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어요. '남격'에서 긴 머리를 하고 이상하게 웃기는 이 남자가 그 대단한 역사 속의 살아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그를 몰랐던 이들에게는 커다란 발견이었을 듯해요.

수줍게 예능에 들어선 그가 2년여가 지나 전설처럼 다시 자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락그룹 '부활'을 좀 더 알리고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했던 예능은 그의 바람처럼 모두가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셈이지요.

김태원 스스로 '무릎팍 도사'에 대한 평가를 했듯 문턱이 높은 이곳에서 그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더니 자신이 암 수술을 받자마자 출연요청을 하더라는 말로 그의 출연 이유를 밝혔어요. 명언을 좋아하는 강호동과 자연스럽게 명언을 쏟아내는 김태원의 만남은 흥미롭기만 했지요.

"심금에서 나오는 것이 곧 명언이다"

라는 김태원의 말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한 그것은 명언이 될 수 없다는 말과 다름없지요. 그의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명언이라 이야기되는 것은 그가 살아왔던 인생이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 일거에요.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평탄한 삶을 살았던 그가 가세가 기울며 다니던 사립학교에서의 생활은 지옥과도 같았다고 이야기하지요. 형들은 유복한 환경을 누리며 다녔던 학교였지만 자신이 입학하던 시절 가세가 기울어 사립학교에 다닐 형편이 되지 못했던 상황은 그에게 학교를 등지게 만들었다고 해요.

초등학생에게 가혹하게 가해진 선생님의 폭력과 반 친구들의 왕따는 그에게 학교란 결코 자신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요. 다들 알고 있듯 미천한 학력에 그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스스로 미쳤다고 말하듯 기타밖에는 없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음악은 최고의 경지까지 올라서며 꽃도 피우지 못하고 져버린 '디 엔드'에 이어 살아있는 전설인 '부활'로 이어졌지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승철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최고의 역작 중 하나인 '네버엔딩 스토리'까지 그의 음악 인생 중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었던 '부활'과 이승철이라는 존재는 스스로도 운명처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듯하지요.

솔직하면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들을 모두 풀어 놓았던 오늘 방송에서 핵심이었던 것은 바로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아들 이야기였어요. 김태원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도 금시초문인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그의 아들이야기는 충격적이었어요. 

예능을 하면서 그의 부인과 딸이 방송에 잠깐 등장하기는 했지만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병을 앓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어요. 물론 가까운 사람들은 알고 있는 이야기겠지만 대중들에게 김태원 아들의 이야기는 왜 그가 예능을 해야 하고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야만 했는지를 알게 해주었어요.

병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자폐증을 지니고 있는 듯한 아들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해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려 하지도 않는, 아니 밖으로 나가기 힘들게 만드는 환경으로 인해 자신을 가두고 살아가는 아들 때문에 캐나다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떠나야만 했던 일들은 가슴 아픈 이야기였어요.

명곡 '네버엔딩 스토리'는 그간 예능에서 밝혔던 떠나간 부인에 대한 애절함보다는 아들에 대한 혹은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담긴 곡이었지요. 최고의 히트곡이 되어 왕성한 활동을 해야만 했던 그 시절 활동을 접어야만 했던 이유 역시 아들 때문이었다는 고백은 충격처럼 다가오네요.

아내나 자신 모두 아들 보다 단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김태원. 부모로서 아픈 아들을 돌봐야만 하는 마음. 스스로를 가두고 사는 아들을 보면서도 아버지가 가지고 애틋함으로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심정을 당사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쉽게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김태원 딸이 이야기를 했듯 "남들은 유명한 락밴드 아빠가 있어 매일 파티하며 사는 줄 안다"는 말은 남들은 알 수 없는 그의 아픔을 보여주는 듯하네요. 11살이 된 아들과 지금까지 한 마디도 나눠보지 못했다는 김태원은 그 아들과 대화할 날만을 꿈꾸고 있다고 해요.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아들과 대화할 수 있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김태원은 예능에서 보여주던 '국민 할매'도 '위탄'에서 보여주었던 '가슴을 울린 멘토'도 아닌, 아픈 아들을 사랑하고 그런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주는 가족을 아끼고 위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었어요. 

전설의 락밴드 '부활'의 리더의 자격이 아닌 아버지의 자격으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아픔을 드러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김태원은 아름다운 남자였어요.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수많은 명언들과 감동적인 장면들보다 오늘 보여준 모습이 감동스럽고 아름다운 이유는 김태원 그는 오늘 만큼은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였기 때문이었어요.  

아픈 아들을 위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돕고 싶다는 김태원. 그는 왜 삶이 아름다운지. 어떤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존재인거 같아요. 김태원이라고 못난 점, 모자란 거 없이 완벽한 존재일리가 없겠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사랑은 오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이라는 눈물'을 선사했을 듯해요.

빠른 시간 안에 아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마도 <무릎팍 도사>를 시청한 이들의 공통된 바람일 거에요. 아빠여서 더욱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김태원. 참 멋진 사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