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5. 14:07

김완선 오늘밤이 화제가 된 이유는 뭘까?

6년 만에 다시 가요계에 복귀한 김완선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네요. 지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과거의 아픔과 슬픔을 처연하게 고백하던 그녀에게 많은 시청자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격력의 박수를 보냈어요. 그런 흐름을 이어가기라도 하듯 24년 전 일본 방송 내용이 공개되며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네요.

나가수와 또 다른 지점에 서 있는 김완선



아이돌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사이 일부이지만 서서히 가수 본연의 가치를 지닌 이들에 대한 갈증이 증폭되기 시작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런 아이돌 전성기가 조금씩 막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알리는 서막이라고 볼 수 있지요. 방송사별 오디션이 일상화되어가며 대중들의 기호는 오디션에 그대로 적용되기 시작했어요.

비주얼도 중요한 전략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대중들은 노래 잘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감동의 스토리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불러왔어요. 이런 대중들의 기호의 결정판은 바로 MBC가 기획한 <나는 가수다>였어요.

'서바이벌'이라는 부재를 붙여 나름의 긴박감을 주려했지만 그게 독이 되어 논란을 불러왔지만 대중들이 '나가수'에 열광했던 것은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멋진 무대를 볼 수 있었다'였어요.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고 기다리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나가수 열풍'은 자연스럽게 노래 잘 하는 가수 찾기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게 되지요.

'나가수' 출연 리스트가 곧 국내 최고의 가수 정리와 비슷하게 여겨지며 '나가수' 출연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조금은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일부 부작용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대중의 기호 변화에 의해 철퇴를 맞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이돌 그룹들이에요.

최근 1년 만에 앨범을 내고 돌아온 '포미닛'이 융단폭격을 맞는 이유도 전면에 내세운 '쩍벌춤'의 선정성보다는,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가수에 대한 나름의 기대치에서 오는 비난에 가까워요. 가수들의 선정성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포미닛'에 와서 폭발적으로 몰아치듯 드세 지기 시작한 것은 역시나 '나가수'로 대변되는 가수의 롤 모델과 비교되는 부분으로 인한 비난으로 읽혀지는 부분이 많아요.

노래로 승부해야지 다른 것들로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아이돌들은 이젠 필요 없다는 식과 같은 일부의 극단적인 표현들은 일면 이해하면서도 두렵게 만들기도 하지요. 대중들은 우리가 지금 그토록 원하는 '나가수' 출연 가수들을 무대에서 몰아냈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들여 놓은 아이돌을 숭배하고 우상으로 삼으며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가수란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던 이들이, '아이돌'에 실증이 나며 다시 '나가수'에 등장하는 가수들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원조 아이돌인 김완선의 등장이에요.

그녀는 대중들이 현재 선호하는 '나가수' 스타일의 가수가 아니에요. 차라리 현재의 아이돌의 기원쯤으로 불러도 좋을 정도로 화려한 춤과 패션이 무대를 압도했던 존재였어요. 그런 그녀가 '나가수'가 지배하는 현재의 가요계에 이토록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지요.

24년 전인 1987년 일본 아침 방송에 출연해 일본어로 부르는 '오늘밤'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현란한 춤과 함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24년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촌스럽지 않은 게 오히려 놀랄 정도였어요.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완벽하게 자신의 노래를 소화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은 열광하고 있어요.

산울림의 김창훈이 만든 '오늘밤'은 산울림의 느낌도 자아내면서 다시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지요. 여기에 2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김완선에 대한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고 보여 져요. '무릎팍 도사'에서 숱한 루머와 자신의 매니저였던 이모와의 관계를 밝히며 보여준 그녀의 매력 역시 '김완선 열풍'에 일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과는 전혀 다른 댄스 가수인 김완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반가운 것은 자칫 노래 잘 하는 가수라는 미명아래 다시 획일화된 문화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완선의 등장은 다양성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어요.  

노래 잘 하는 가수, 퍼포먼스가 뛰어난 가수, 얼굴이 예쁜 가수, 목소리가 탁월한 가수, 무대 장악력이 압권인 가수, 이 모든 것을 두루두루 갖춘 가수 등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떤 하나의 가수가 아닌 다양 함들이 공존하며 그런 다양함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무대에요. 어느 하나로 치우쳐 다른 문화를 비하하고 비난하는 일은 '아이돌 숭배'만큼이나 당혹스러운 것이니 말이에요.

노래에만 집중하는 가수들과 탁월한 춤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완선이 함께 조명 받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일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그녀의 6년 만의 복귀가 잠깐의 화려함이 아닌 오랜 시간 즐거움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