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2. 10:07

정형돈 너를 위해, 숨 막히는 어색함마저 즐거움으로 바꿨다

미존개오가 보여준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그가 왜 대단한 존재인지를 잘 보여주었어요. 에이스 유재석이 보여준 진지하면서도 행복한 음악여행은 왜 그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준비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해주었지요. 이 대단한 존재들이 보여준 멋진 음악여행은 이제 시작되었어요.

정재범이 되어 숨 막히는 어색함마저 몰아낸 미존개오




정형돈의 '늪'을 보고 그 마력을 잊지 못하고 선택한 정재형은 걱정이 한 가득이었어요.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둘이 과연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지요. 낯가림이 심한 형돈이나 수줍음이 많은 큰형 정재형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어색함의 시작이었어요.

휴먼 다큐 '사랑'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재형을 찾아간 형돈은 까칠하고 요상한 큰 형의 진가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그저 어이없는 형으로만 생각하는 재형이 음악에서 만큼은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색다르게 다가왔지요.  

이런 경외심은 둘이 남은 상황에서는 모두 사라지고 그저 '숨 막히는 어색함'이 그들을 지배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형돈이가 던지는 무심한 유머는 흥겨웠어요. '그지' 같은 상황이라고 힘겨워 하는 재형에게 비교우위를 서로 나누자며 자신을 음악으로 완성시켜준다면 자신은 패션으로 완성시켜주겠다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당당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보고 있나? 지디?"라며 도발하는 형돈이는 뒤이어 일을 저질러버렸어요. 제작진들은 상상도 하지 않았던 중감점검을 갑자기 만들어내 정재형을 경악하게 만들었어요. "이 프로그램 정말 무례 하구나"라는 말을 하게 했어요. 형돈이로 시작한 중간평가는 시청자들에게는 횡재와 같은 깨알 재미일 수밖에 없지요.

제작진들로서도 생각지도 못했던 중간평가가 주어져 단체 MT를 가지며 무도만의 즐거움을 보여줄 수 있으니 형도니의 도발은 모두가 행복하게 된 도발이었어요. 정열적인 탱고 음악을 하자는 정재형의 제안에 "불 꺼 불 끄지 마"를 반복하며 분위기를 잡는 형도니로 인해 자지러지는 재형은 그렇게 조금씩 미존개오의 마력에 빠지기 시작한 듯했어요.


첫 만남의 어색함은 두 번째 만남에서는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였어요. 두 번째 만나는 축복이와도 즐거운 조우를 한 형돈은 축복이에게도 깨알 같은 유머를 던졌어요. 자신의 팔을 핥는 축복이를 보며 "먹는 것 아니야"라는 말로 돼지라는 별명이 있는 자신을 이용한 개그로 모두를 웃게 만들었어요.

재형의 호출로 남산 집까지 온 형돈은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개화동으로 마중 나와도 부족한데"라며 제어가 되지 않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그들의 즐거운 동행은 시작되었어요. 운전을 못하면서 동네 아줌마처럼 참견하는 재형과 건들지 말라며 티격태격하는 형돈의 모습은 참 잘 어울렸어요.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유재석과 이적이라며 그들을 훼방 놓자며 시작된 추격전은 흥미롭기보다는 지루한 기다림이 전부였어요. "저 앞에 누구야"라는 재형의 질문에 "시민 분들이요"라는 건조한 답변과 촬영 중인 둘을 보고 변장을 한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어요. 정재형 특유의 높고 가는 목소리로 난리법석을 떠는 과정은 의외로 형돈과 잘 어울렸어요.

유재석과 이적이 재석의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노래로 만드는 상황에서도 뒤따르며 들키지 않으려 어설픈 위장을 하는 형돈과 재형으로 인해 재미있었어요. 수목원으로 노래여행을 떠난 둘이 남긴 차 안에 들어가 그들을 기다리는 '돈과 형'과는 달리, 수목원에서 둘이 함께 부르는 '다행이다'는 감미롭기까지 했어요.

이적의 반주에 애드리브로 노래를 하는 재석은 '어제 넌 별로였어'를 즉석에서 불렀어요. 어쩌면 젊은 시절 자신이 당했을 법한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가사는 흥미롭고 재미있었죠. 19금 재석에 걸 맞는 숲 속에서 만난 연인의 노래는 은근한 매력마저 있었어요.

차 안에서 만난 그들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토로하는 형돈과 '나 바꿔줘'를 외치는 재형과 함께 거대한 술 항아리가 가득한 거대한 정원에 도착한 그들은 먹지지만 너무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었어요. 풍경 소리가 들리고 사람 크기만 한 높이의 술 항아리들 사이에 놓인 피아노에서 연주를 시작하는 재형의 연주에 딴지를 거는 형돈은 물 만난 고기처럼 분위기를 만들어 갔어요. 

형돈의 압권은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늪'을 능가하는 가창으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어요. 험악하기까지 했던 노래를 마치고는 "재범이 형 보고 있어요? 정재범이에요"라며 기괴한 자신감을 보이는 형돈이는 역시 최고였어요. 음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음악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재미있게 만들어준 '무도'는 역시 최고였어요.

10cm와 하하가 만나 홍대 스타일을 주창하며 '음악은 자유'라는 기치를 보여주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멋진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은 아름다웠어요. '궁상과 찌질'을 기본 테마로 노래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음악이 무척 기대되지요. 지드래곤을 위해 일본까지 건너간 박명수는 30년대 음악과 8비트 전자음을 섞은 음악을 만들어 달라며 지디를 닦달하기 까지 했어요. 하지만 지디가 들려준 준비한 음악에 화들짝 놀라며 너무 급이 높아졌다며 오히려 당황하는 모습도 재미있었어요.

뮤지컬 공연 중인 준하의 독주 곡에 맞춰 멋진 화음을 들려준 스윗소로우는 역시 최고였어요. 너무나 닮은 에너자이저 싸이와 노홍철은 '철싸'라는 닉네임에 맞게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기대를 하게 해주었어요. 길과 바다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건넨 쪽지 편지를 읽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최근 어머니를 여윈 바다는 길의 어머니가 10년 전 적었던 편지를 읽으며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고 그런 바다를 보고 자신의 힘겨운 과거를 이야기하며 울던 그들은 가족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멋진 음악을 준비했어요.

'음악의 자유'로 시작해 '음악은 인생이다'로 마무리한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시작부터 엄청난 기대를 하게 만들었어요. 진지한 음악여행을 보여준 이적과 유재석의 모습에서 음악에 대한 깊은 성찰마저 얻어낼 수 있었던 것도 큰 성과였지요. 여기에 미존개오와 의외의 다크호스 정재형의 조화도 흥미를 유발시켰어요.

과연 다음 주 그들의 MT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예능 역사를 항상 다시 쓰고 있는 '무한도전'의 도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