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3. 14:17

박유천의 눈물 연기, 미스 리플리를 압도했다

최명길의 절정의 표정 연기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그 보다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박유천의 연기였어요. 엉망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바로 박유천이었어요. 희한한 드라마는 강혜정을 단역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더니 그나마 주목을 받고 있는 박유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요.

박유천,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났다




거짓말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며 위기에 처한 미리를 구원하는 존재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는 바로 박유천이 연기하는 송유현이에요. 가장 순수하게 사랑하고 그런 사랑이 버림받은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다울 수밖에는 없지요.

극중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남자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사랑한 여자가 모든 것을 거짓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일 수밖에는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유현은 자신을 농락한 여인에 대한 분노보다는 그녀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그는 진정 미리를 사랑하는 존재였어요.

학력을 위조하고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사실과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사실. 일본에서 술집 종업원으로 일을 했다는 사실까지 그녀가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진실을 알게 된 그는 충격일 수밖에는 없었어요. 그가 사랑한 미리는 동경대를 나온 호텔리어가 아닌, 고시원에서 만나 삶에 지치고 힘겨웠던 장미리 본연의 모습이었어요.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좋았던 그녀가 자신을 거짓으로 꾸몄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힘겨운 일일 수밖에 없었어요.

모든 것을 감내하고 꾸미지 않은 장미리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할 정도로 유현은 그 누구보다도 그녀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었어요. 히라야마가 15살이던 미리 때부터 사랑했다고는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서로가 원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일 수는 없지요.


장명훈의 사랑도 순수한 사랑이었어요. 우연하게 마주치며 조금씩 찾아오는 사랑이 그에게는 특별했으니 말이에요. 어머니를 살뜰하게 돕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인생 마지막 사랑이라 생각했던 그는 그녀의 배신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어요.

자신과 결혼을 고민하던 그녀가 송유현의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거짓말로 모든 것들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어요. 과연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가 누구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되는 상황들은 그를 힘겹게 했지요.

세상 모두가 그녀를 손가락질 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지요. 그녀가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지 그녀가 살아왔던 길들을 되돌아가 어린 미리와 만나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14회 최고의 장면이었어요.

엄마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 맡겨져야만 했던 어린 미리가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며 눈물을 쏟는 유현의 모습은 그 사랑이 얼마나 진실 되고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지요. 사랑했던 여인을 위해 그녀가 얼마나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는지에 대해 공감하고 그 아픔에 눈물을 흘리는 이 남자. 최고일 수밖에는 없지요.

우연히 미리의 친 엄마가 자신의 새 엄마인 이화임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이화와 미리가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사랑이 근본적으로 맺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대로 그녀를 버릴 수는 없다며 유현은 미리를 만나기 거부하는 이화를 다른 이들을 통해 끈질기게 설득해 고아원 시절 원장 수녀가 있는 성당에서 만나게 되지요.

이화와 유현, 미리가 함께 한 성당에서 자신의 딸이 자신이 그렇게 증오하고 미워했던 미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화가 경악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처연할 정도였지요. 자신의 욕심을 위해 버린 딸. 시간이 흘러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딸이 자신이 증오하고 비하했던 미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화가 받은 충격과 아픔은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지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만들고 이상한 이야기 전개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좋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배우들의 열연 때문 일거에요. 배우들마저 다른 아이돌 배우들처럼 발 연기로 이어졌다면 이런 좋은 시청률을 보일 수는 없으니 말이지요.

<미스 리플리>가 이상한 것은 처음 진행되던 4인의 주인공들의 분량이 시간이 흐르며 인기도에 따라 변해갔다는 사실이에요. 점점 분량이 많아지며 핵심적인 인물로 올라선 존재는 박유천이고, 아무런 이유없이 단역이 되어버린 강혜정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어요.

타블로에게 가해졌던 학력 논란이 드라마와 매치되며 많은 관심을 보였던 상황에서 그녀의 출연은 충분히 화제가 도리 수밖에는 없었어요.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점점 무의미해지는 캐릭터로 인해 그녀는 13회에서는 굴욕적인 초 단위 출연에 이어 14회에서는 미리의 가정부처럼 등장하며 황당함을 맛봐야 했어요.

그녀와 달리, 박유천의 존재감은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갔고 드라마 홍보를 위해 매번 박유천 에피소드를 활용하는 모습에서 <미스 리플리>가 얼마나 박유천에 많이 기대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었지요. 그런 외적인 홍보뿐 아니라 극중에서도 김승우마저 밀어내고 완벽한 단독 주연으로 거듭난 그의 활약은 현재의 시청률을 만든 장본인이에요.

박유천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미스 리플리>는 철저히 박유천을 위한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오늘 보여준 매혹적인 눈물 연기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어요. 드라마는 이상한 전개를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박유천의 일취월장한 연기를 보는 것은 흥미로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