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1. 07:08

슈퍼스타K2, 김그림이 아니라 김보경이어야 했다

톱10이 아니라 처음으로 톱11이 가려졌네요. 그만큼 노래 잘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이미 스포일러로 떠돌듯 알려진 결과가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 아쉬운 것들도 많았어요. 나름대로 균형을 맞춰 최종 오디션에 합격한 이들을 뽑은 흔적은 보이는데 역시 김보경이 아쉽네요.

허각과 김보경, 같아서 아쉬운 참가자




가수를 만드는 오디션에서 주변 상황이 중요할 이유는 없어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휴대폰 판매자 출신 폴 포츠의 신화가 '슈퍼스타K2'에서 나와야 할 이유는 없지요. 물론 제작진에서는 이런 이슈가 즐거울 수밖에는 없지요. 그렇게 도드라진 인물이 허각 이었어요.

기본적으로 노래 실력이 참가한 그 누구에게도 떨어지지 않는 능력에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 졸업이 전부인 허각은 모든 것이 이슈가 될 수밖에는 없어요. 더욱 오디션에 참가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기 위함이라는 말 역시 '슈퍼스타K2'에는 호재가 될 수밖에는 없죠.

심사위원인 박진영이 심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듯 1위를 강조하는 실력은 다른 심사위원들도 이야기를 하듯 타고난 노래 솜씨가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지요. 그만큼 심사를 보는 그 누구도 허각이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절대 강자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미 예선이 치러지면서 많은 이들이 예측한 부분이었으니 말이지요.

아쉬운 건 실력도 갖추고 있지만 허각 처럼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던 김보경 이었어요. 부모에게 버림받은 김보경은 어린 두 여동생을 자신이 키워야 했고 그러기 위해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삶을 살아야만 했어요. 그런 그녀에게 '슈퍼스타K2'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요.

1등하면 2억이라는 현금과 함께 정식 가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마지막 돌파구가 될 수 있었으니 말이지요. 그렇게 최선을 다한 그녀는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마지막까지 올라설 수 있었어요. 만약 그녀가 김그림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더욱 쉽게 합격되어 톱10에 들어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심사위원들이 이미 굳어진 노래 스타일을 바꾸기는 힘들 듯 하다라는 표현으로 그녀를 떨어트리기는 했지만 웃기는 것은 '슈퍼스타K2'가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허각이나 김지수 같은 타고난 가수들 역시 노래는 잘 하지만 바꿀 수 없기에 떨어트려도 된다는 의미도 되니 말이지요.

프로그램의 특성상 스타성도 봐야 하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의 흥미를 위해 의도적인 설정들도 필요할 것이라 보이지만 김그림의 합격보다는 김보경의 합격이 여러 가지로 의미 있지 않았을까 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더욱 카이스트 다니는 김소정의 합격은 의외였네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잘 뽑았겠지만 그녀가 과연 어떤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카이스트라는 타이틀과 가수 오디션이라는 그 지극이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의외의 재미가 합격이라는 선물을 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네요.

전체적으로 보면 '슈퍼스타K2'는 아이돌이 될 수 있는 어린 친구들을 뽑는데 열중했어요. 물론 어린 나이에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나이가 들었어도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이런 오디션을 통해 스타탄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를 더 주고 싶다면 '슈퍼스타K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10대들만 뽑는 오디션을 개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키울 수 있는 조금 모자란 이들을 뽑는 것은 기획사 마인드이지 오디션의 취지와는 다르니 말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김그림보다는 김보경의 탈락이 아쉽기만 하네요. 심층 면접을 통해 이기적인 면에 대한 예상된 질문과 정답지 같은 답변, 고려대 문제 등 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을 언급하는 것은 철저하게 제작진이 준비한 것들일 뿐이었어요. 기획사용 가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진정 노래 잘하는 숨겨진 인재를 뽑는 것이라면 김보경이 당연했으니 말이지요.

이미 굳어진 스타일 때문에 더 이상 바꿀 수가 없으니 너를 뽑을 수 없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의외이고 어처구니없었네요. JYP 연습생을 뽑는 자리라면 이해하겠지만 말이지요. 자신들 세대 그 보다 윗세대 감성으로 노래를 한다며 비아냥을 거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슈퍼스타K2'가 과연 무엇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네요.

김지수나 허각, 장재인이나 존박 등 노래 잘하는 이들이 뽑혀 기본적으로 마지막 최종 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는 하지만 방송을 위해 선발된 듯한 몇몇은 철저하게 논란을 위한 논란용일 수밖에는 없어 보이네요. 허각 만큼이나 버라이어티 한 삶을 살아왔던 김보경이 심사위원들의 말에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모두에게 희망이 있는 오디션이 아니라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는 '슈퍼스타K2'에서는 허각과 김보경이 함께 최종 오디션에 올라설 수 없는 한계만 존재하고 있어 씁쓸하기만 하네요.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방송은 없겠죠. 누군가는 아쉬워하듯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결과일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하지만 좀 더 드라마틱하고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슈퍼스타K2'를 각인시키고 싶었다며 김그림이 아닌 김보경의 합격이 더욱 의미 있었을 듯하네요. 제작진에서는 철저하게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며 방향을 잡아가는 그들이 전혀 간여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니 말이지요.

중요한 것은 작년 1회 보다는 이번 2회가 화제가 되는 이들도 많았고 실력들도 좀 더 나은 이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는 하네요. 최종 우승자가 누구일지는 알 수 없지만 김지수, 허각, 존박, 장재인으로 이어지는 막강 4인방은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가수 데뷔가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네요.

그저 논란을 위한 논란이나 하나의 능력만 보고 심사위원 개인적인 취향으로 선택된 이들이 어떤 결과까지 이끌어 낼지는 알 수 없지만 오디션이란 떨어진 이들 사이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는 없는 듯해요. 여전히 김그림보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았던 김보람의 탈락이 아쉽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