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4. 10:45

기황후 설정변경에도 벗어나지 못한 역사왜곡 논란, 하지원 몰락이 아쉽다

하지원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그 작품이 '기황후'라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원나라의 황후였던 기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기황후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고려를 원에게 복종하라고 강요했던 권력의 화신이라는 점은 문제입니다. 

 

여성 권력자에 대한 미화를 하고 싶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기황후를 대단한 인물로 다루려는 이 작품은 분명 논란의 대상입니다. 이 드라마의 작가인 장영철의 경우 지난 2006년 KBS 사극 '대조영' 집필 당시 이덕화가 연기한 '설인귀'를 '측천무후', '대조영'과 동시대 인물로 그려 역사왜곡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던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미 역사왜곡 논란이 있었던 작가가 악의 환신들을 미화하는 '기황후'의 작가로 나선다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시작 단계부터 이미 역사왜곡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기황후'는 문제입니다. 현재도 역사 교과서 왜곡 논란으로 시끄러운 대한민국에, 드라마마저 왜곡된 역사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 내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유명 배우들을 내세워 역사를 왜곡하는 드라마를 지상파 방송에서 보여준다는 것은 방송이 나서서 역사를 왜곡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습니다.

 

역사왜곡으로 시끄러워지자 방송사는 이를 의식한 듯 논란이 되었던 충혜왕을 가상의 인물인 왕유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고려 28대 왕인 충혜는 폭행과 겁탈, 사치 등을 일삼은 것으로 사가에 기록된 폭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사절요 등에 따르면 충혜왕은 새어머니와 신하의 부인 등을 겁탈했으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철퇴로 죽인 것으로 기록돼 있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최악의 폭군을 특별한 존재로 포장하려던 작가의 의도는 시청자들의 분노로 일단 명칭을 바꾸는 것으로 대신한 듯합니다.

"배우 주진모가 연기하는 고려왕의 이름이 변경되는 등 일부 인물에 대해 가상이라는 설정이 더해진 것은 사실이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만큼 극의 설정을 일부분 변경하게 됐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노력을 알아주면 좋겠다. 또 자세한 설정 변경 내용과 그동안 진행된 논란에 대해서는 24일 진행될 제작발표회에 장영철 작가가 직접 참석해 기자들에 설명할 예정이다"

 

논란이 커지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커지기만 하자 MBC 측에서는 배역의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역사왜곡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논란의 고려왕 이름이 변경되고, 일부 인물에 대해서 가상이라는 설정이 추가되는 것으로 역사왜곡 논란이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논란에 대해서는 24일 진행될 제작발표회에서 장영철 작가가 직접 기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황후 역시 고려 시대 원나라 황후가 되어 기철 등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고려에게 원에게 복종을 강요했던 기황후를 미화하는 이 드라마는 문제입니다.

 

'세자시절 악소배와 어울려 노는 방탕한 탕아로 왕실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견제하는 왕고를 속이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기황후' 홈페이지에 바뀐 왕유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은 누가 봐도 그저 충혜왕 일 뿐이지요. 역사서에 드러난 모든 악행들이 그저 눈속임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에서 역사왜곡에 대한 작가와 제작진들의 의도와 의지는 분명하기만 합니다. 역사에 기록된 사실은 거짓이고, 새어머니와 신하의 부인들을 겁탈하고 철퇴로 때려죽인 행위들 모두가 자신을 견제하고 왕고를 속이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네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악행을 저질렀어도 목적이 좋으니 용서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라면 이는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이완용을 이름만 바꿔 역사적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지요. 일제 강점기 그들의 편에선 이완용이 사실은 자신을 견제하고 일본을 속이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었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를지 모르겠네요.

 

충혜왕에 대한 왜곡도 문제이지만 가장 큰 것은 사악한 기황후를 대륙을 평정한 철의 여인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궁녀의 신분으로 원에 끌려가 황후가 되어 자신의 탐욕스러움을 모두 채운 악독한 기황후를 마치 고려 역사에 가장 빛나는 여성 정도로 포장하는 모습은 경악할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자신의 가족들이 고려를 차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탐욕을 위해 조국인 고려에 원 군대까지 보낸 존재를 미화하려 애쓰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작부터 잘못된 드라마를 이름만 바꾼다고 역사왜곡 논란이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이미 한 차례 역사왜곡 논란이 있었던 작가가 다시 한 번 역사를 왜곡할 수 있도록 조장하는 MBC의 행동 역시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몸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하지원의 선택입니다.

 

소속사를 나와 1인 기획사를 세워 처음 하는 드라마가 역사왜곡 드라마라는 점에서 시작도 하기 전에 하지원은 몰락을 시작했습니다. 기황후라는 배역을 받아든 순간 이미 대중들의 비난의 대상이 된 하지원은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을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은 이번 기황후라는 역사왜곡 드라마와 맞바꾸는 결과가 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역사를 노골적으로 왜곡한 드라마가 지상파에서 방송된다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현재는 위태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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