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4. 14:25

비밀 지성 황정음 물오른 신들린 연기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상속자들'과 대결해서도 뒤지지 않고 수목 드라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비밀'은 대단합니다. 시작 전부터 강력한 존재감으로 부각되었던 '상속자들'은 의외의 복병인 '비밀'에 밀려 좀처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지도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젊은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상속자들'이 압승을 거둬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아쉽게도 김은숙 작가의 기존 작품과 달리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비밀'의 경우 방송 전에는 이 정도로 대단한 성적을 낼 것이라고 이야기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에 신들린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하나가 되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재미있게도 두 드라마 모두 재벌과 캔디의 이야기라는 구성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상속자들'은 재벌 2세들의 사랑을 담고 있지만, '비밀'은 살인사건을 통해 벌어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말 드라마를 좋아했던 김은숙 작가가 왜 주말을 고집했는지 '상속자들'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로맨틱 코미디가 주말에 보다 많은 층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상속자들'에 대한 편성이 조금은 아쉽게 다가오지요. '비밀'의 경우 성인들이 보기에 가장 적합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배신과 음모가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 드라마는 분명 젊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상속자들'과는 많이 다르지요.

 

사랑하는 남자가 교통사과를 내고 그 죄를 자신이 대신 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비밀'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검사로 임명이 되면서 유정에게 청혼을 한 도훈은 그날 빗길에서 사고를 내고 말지요. 그저 빗길 사고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민혁이 사랑했던 여인이 죽어있었지요. 도훈은 이 사실을 숨기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고, 아무것도 모르는 유정은 경찰에 의해 뺑소니범으로 몰리고 맙니다.

 

 

자신이 사준 차와 고장난 차를 고치기 위한 단순한 행위가 뺑소니 사고의 주범으로 몰리는 이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유정은 당황할 수밖에는 없었지요. 이 상황에서 청혼한 남자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죄인이 되기를 선택한 유정은 모든 것을 감수합니다. 검사로 앞날이 창창한 도훈이 의도하지 않은 사건으로 모든 것이 망쳐지는 것을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스스로 범인이 되어 감옥으로 간 유정은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이와 함께 수감 생활을 지속합니다.

 

유정을 감옥에 보내놓고도 분을 삭이지 못한 민혁은 그녀를 감시하고 방해하는데 모든 것을 겁니다. 그렇게 유정은 가석방도 되지 못하고, 아이와 떨어져 수감 생활을 모두 채워야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힘겨운 수감생활을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온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요.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자신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던 아들은 이미 사망했고, 사랑이라는 이유로 죄까지 대신 되집어 썼던 유정과 달리 도훈은 이미 달라져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유정과는 더는 함께 할 수 없는 도훈이었습니다. 더욱 치매에 걸린 유정의 아버지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 두려웠습니다.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겠다는 유정의 아버지를 죽인 도훈은 유정과도 이별을 합니다.

 

 

욕망에 눈이 어두워진 도훈은 유정을 짓밟고 올라서기 위해 민혁의 약혼녀인 세연에게 접근하지요.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세연은 그가 바라보고 싶었던 이상향과 유사했습니다. 우연하게 첫 만남을 가진 날부터 세연을 잊지 못했던 도훈은 그녀에 대한 마음을 품고 조금씩 곁으로 가기위해 노력하지요. 약혼을 하고 결혼을 앞둔 민혁이지만 좀처럼 자신에게 마음을 내주지 않아 두렵고 분노하던 세연은 도훈을 이용해 민혁의 마음을 빼앗으려 노력했지만 그게 쉽지 않지요.

 

처음에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죽인 범인이라서 미웠던 민혁은 유정을 감시하고 조사하면서 어느새 그녀에게 빠져들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그날의 비밀들이 쌓이면서 민혁은 유정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합리적인 의심의 끝에는 유정의 남자친구였던 도훈이 존재했지요. 사고가 나던 날 둘이 함께 있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점에서 도훈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기 시작했습니다. 

 

도훈을 의심하는 과정에서 유정에 대한 이상한 마음들은 점점 커질 수밖에는 없었지요. 범인이 아니면서도 얼마나 사랑하면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그렇게 망가진채 살아갈 수 있을지 민혁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유정과 민혁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민혁이 도훈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금씩 그 비밀에 가까워지자 유정은 사람들 앞에 나서 자신이 살인자라고 외칩니다.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신호등 앞에 있던 사람들도 당황했지만, 민혁이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과연 얼마나 사랑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민혁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자신을 버린 남자이지만 마지막까지 도훈을 위해 미친 듯이 자신이 범인이라고 외치며 도로로 뛰어든 유정은 모두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그런 유정의 모습을 보면서 황당함과 경외심, 그리고 놀라움 등 수많은 의미를 가진 표정을 짓는 민혁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황정음과 지성이 보인 연기는 최고였습니다. 가수 출신 배우로서 가장 성공한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황점음의 진가는 그 장면에서 확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미친 듯 부정하고 감추는 그녀의 몸부림은 시청자들의 말문을 막히게 했습니다. 황정음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지성의 연기 역시 대단했습니다. 

 

황정음이 온 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과는 달리, 지성의 연기는 그저 얼굴 표정이 전부였습니다. 미친듯 자신이 범인이라 외치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말도 없이 표정으로 그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지성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지성이 보여준 실성연기는 그 한 장면만으로도 '비밀'이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는 잘 드러난 듯합니다. 

 

사고가 벌어진 날 생긴 비밀을 숨기려는 도훈과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민혁. 그 둘의 대결 구도에서 조금 밀려난 민혁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준 유정을 사랑하면서 본격적인 반격은 시작됩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단서를 찾아내고, 도훈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유정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서면 그 비밀은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지성과 황정음의 소름끼치는 연기만으로도 '비밀'은 분명 사랑스러운 드라마입니다. 조금은 무거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사랑이라는 가치를 하나의 사건을 통해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비밀'은 분명 좋은 드라마일 겁니다. 완전하게 물오른 연기를 보여준 황정음과 신들린 연기란 무엇인지 대사 없는 표정으로 완벽하게 보여준 지성만으로도 '비밀'은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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