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3. 14:00

이승철 울먹이게 한 허각 우승, 꿈은 이루어졌다

케이블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는 '슈스케 2'가 최종 우승자로 허각을 뽑으며 끝이 났네요. 그동안의 논란을 보면 반전 아닌 반전이 일어난 셈이지요.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심사위원들 마저 흥분하게 한 허각의 우승은 노래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동화를 만들어냈어요.

한국의 폴 포츠 허각, 모든 이들의 꿈을 만들었다




중학교 졸업에 수리공으로 살아왔던 허각의 우승은 마침내 대한민국에도 신화가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압도적인 팬심으로 이미 스타가 되어버린 존박의 우승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허각이 당연한 듯 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적이었어요.

까칠하기만 한 이승철이 울먹이며 허각에게 99점이라는 점수를 주는 장면은 '슈스케 2'의 가장 매력적인 하이라이트였어요.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독설가 사이먼이 폴 포츠의 노래를 듣고 감격하는 장면과 닮아 더욱 감동이었네요. 또한 이 장면은 '슈스케'가 가고 싶은 길을 명확하게 보여고 있기에 허각의 우승은 여러모로 그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을 거에요.

허각은 김지수, 장재인과 함께 '슈스케 2' 시작과 함께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존재였어요. 재미있는 것은 김지수와 장재인이 예선부터 본선에서 떨어지는 순간까지 순탄하게 올라간 것과는 달리 한 차례 탈락을 당했다는 거에요. 

패자부활전을 통해 어렵게 생명을 이어간 허각은 그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가지고 본선에 올랐고 존박과 친하면서도 너무 다른 모습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예선부터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던 허각과 존박은 동성애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어요. 미국에서 건너와 언제나 혼자여야만 했던 그가 허각이 아니었다면 무척 외로울 수도 있었겠죠. 

한 번의 망설임과 주저함 없이 존박을 따뜻하게 품기만 했어요. 한 팀이 되어서도 조장인 자신이 대신 존박 위주로 편성이 되도록 배려를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지요. 자신과 맞대결을 했던 예선 마지막 미션에서 탈락한 존박 때문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허각의 모습은 진정 마음이 따뜻한 친구라는 걸 알게 해주었죠.

항상 똑 같은 음색으로 변함이 없다는 평을 들으며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허각은 본선이 치열해지면서 진가를 보이기 시작했어요. 탁월한 가창력과 무대를 전전하며 노래를 불러왔던 실력까지 더해지며 다른 참가자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기 시작했지요.

계속 탈락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그는 심사위원 평가만으로 다음 단계에 올라가는 슈퍼 세이브를 차지하기도 하는 등 우승자로 모든 자격을 갖춰나갔죠. 결승에 가까워지며 폭발하는 듯한 허각의 파워는 절대불변 같았던 존박마저도 밀어내고 우승하는 장면을 연출해냈어요. 

"이 땅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
"노래보단 복근을 먼저 키우는 가수가 많은데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가 되라"
"예능보다 콘서트를 많이 해라"


허각에게 '슈스케' 최초로 만점에서 1점 모자란 99점을 준 이승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허각을 평가하며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노래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말이지요. 외모나 그의 성장 배경은 스타가 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했어요.

14살 때부터 쌍둥이 형과 행사장을 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환풍기 청소를 하며 살아가던 허각이 2억 원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건 신데렐라의 탄생과 비유되지요. 절망 속에서도 노래를 좋아했던 허각이 마침내 가수가 되었다는 것은 '슈스케'가 만들어낸 최고의 가치였어요.

노래 연습보다는 복근 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허비하는 가수가 아닌 노래로 승부하라는 고언은 새겨들을만 하지요. 그저 외형적인 모습만 가꾸면 팬들이 알아서 1위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노래 하나만으로 정상에 올라설 수 있는 신화. 바로 이것이 '슈스케'를 통해 허각이 만들어낸 기적이었어요.

예능만을 전부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요즘 아이돌들에게 가수로서 콘서트를 많이 하는 가수가 되라는 충고는 진정한 가수가 되길 바라는 선배의 고언이겠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가장 극적인 우승자를 배출한 '슈스케'는 경악스러운 시청률과 함께 의미마저 차지해 두마리 토끼를 모두 가질 수 있게 되었네요.

'슈스케'의 성공을 보고 뒤이어 유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에게는 허각의 우승은 더욱 힘든 도전으로 만들었어요. 존박이 우승했다면 아이돌 오디션이라는 비난과 함께 확실한 선긋기를 통해 홍보가 가능할 텐데 '한국의 폴 포츠'가 탄생했다는 것은 후발 주자들에게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온 '슈스케 2'는 이렇게 끝이 났네요. 때론 욕도 하고 비난도 했지만 가수의 꿈을 가지고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감내해 왔던 허각의 우승은 모든 것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네요. 본격적인 프로들과의 대결을 해야 하는 그들이 진정한 슈퍼스타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