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20. 11:12

무한도전 유재석마저 속물로 만들어버린 생활계획표 특집

유재석마저 속물로 만들어버린 '무도 생활계획표' 특집은 의외의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각 멤버들이 6개월 전에 작성했던 '생활계획표'를 제작진이 지급한 돈으로 실행한다는 간단한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작진들이 지급한 돈은 만원이라는 함정이었습니다. 

 

10만 원 정도로 하루를 보내라고 하면 여유롭고 재미있게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단 돈 만원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더욱 서로가 얼마를 가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게임을 하듯 하루를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6개월 전 호기롭게 적었던 '생활계획표'가 이렇게 사용될 줄 몰랐던 그들은 돈을 받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만원을 가지고 일정대로 이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당장 만원 가지고 하루 한 끼를 먹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밖에서 밥 한 끼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7천원은 사용해야 하는데 만원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톰 크루즈도 하기 어려운 '미션 임파서블'이었습니다. 가장 당황했던 인물은 바로 박명수였지요. 이럴 줄은 모르고 여주 아울렛을 가겠다고 적었던 '생활계획표'는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시간도 문제지만 차비만 해도 만원으로는 택도 없었으니 말이지요.  

 

천 원짜리 커피도 망설이다 마시지 못하고 차에 몸을 싣고 여주로 향하는 박명수는 잠도 자기 어려워했습니다. 악플이 달릴게 두려운 명수는 눈을 뜬 채 자겠다고 공언했지만 어느새 잠이든 그는 깨어 그 민망함을 자신 앞자리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는 피디에게로 넘기기도 했습니다. 여주 쌀로 만든 밥을 먹고 아울렛에서 쇼핑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겠다는 명수의 바람은 만원에 갇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각자 얼마를 받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루 보내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공통적이었습니다. 아침부터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찾은 곳은 편의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라면이라도 먹겠다고 들어섰지만 그들이 찾은 것은 삼각 김밥과 식빵이었습니다. 정준하가 고른 삼각 김밥을 타박으로 만들 정도로 하루 종일 먹을 수 있는 식빵 선택은 그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지요.

 

그들이 힘들게 고민하는 것과 달리, 형돈은 푸짐하게 먹을거리를 고르는 모습은 대조적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모두 야외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과 달리, 정형돈의 하루는 심플 그 자체였으니 말이지요. 집에서 먹고 자고 TV 보는 것이 전부인 그에게 편의점 호사는 그가 누릴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라면으로 시작해 라면으로 끝나는 정형돈의 일상은 제작진들마저 모두 잠들게 만들 정도로 치명적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이 잠든 정형돈을 바라보며 자막으로 내놓은 속마음은 간절할 정도였습니다. 잘 수 있을까를 외치면서도 참 잘 자는 정형돈의 하루는 그나마 가장 행복한 축에 들었습니다.

 

광희는 홍진경을 만나 우아한 브런치를 즐기기도 했지만 '한 입 찬스'에 입이 찢어질 정도로 먹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요. 오늘 방송의 핵심은 세 남자의 하루 보내기였습니다. 유재석의 '생활계획표'마저 닮고 싶은 하하로 인해 거의 동일한 일정을 소화하게 된 하하와 유재석과 비슷한 일정이 담긴 정준하는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남자들이 만원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을 식빵과 삼각 김밥 등으로 채웠던 그들은 영화 보기에 도전했지요. 실버 영화관에서 2천원이면 볼 수 있다는 재석의 말을 듣고 그곳으로 걸어 이동하던 그들은 먹거리 장터에서 발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일일장터에서 시식하던 이들은 우엉차를 마시며 건넨 시식 음식을 받으며 유재석이 꺼낸 말이 압권이었습니다. "내 자신이 너무 속물 같아"라는 말 속에 바로 이번 특집의 의미가 모두 담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원을 아껴서 써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유재석의 자조적인 발언은 바로 곧 '무도 생활계획표'가 던지는 주제였습니다.

 

우엉차가 없어진 것을 알고 순간 준하 형을 때리려했다는 유재석의 솔직한 표현은 돈 없는 생활의 힘겨움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돈 없는 삶은 그렇게 삭막해질 수밖에 없고 수많은 오해들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왔으니 말이지요.

 

값싼 실버 극장은 그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았고 통신사 포인트로 영화를 보기로 결정한 그들이지만 로그인부터가 큰 장벽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유재석이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 앞에만 서면 힘겨워질 뿐입니다. 어렵게 영화를 보고 정준하와 배드민턴 대결을 하기 위해 남산으로 향한 그들에게는 힘겨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정준하가 기억하고 있던 배드민턴장은 사라진지 오래고 유재석이 알고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는 했지만 그곳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유재석은 남창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배드민턴 채만이 아니라 그물까지 모두 갖춘 그로 인해 유재석과 정준하의 대결은 가능해졌습니다.

 

남창희는 무도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재석이 어떻게든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는 하지만 남창희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시로 남창희에게 무도 출연을 유도하는 유재석의 남다름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정준하에게 배드민턴을 져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잃은 유재석이지만 완벽한 반전은 이어졌습니다. 정준하를 속이기 위해 피디에게 2만원을 빌렸던 유재석의 행동을 알지 못했던 정준하는 마지막 '사다리 타기'를 통해 얻은 기회로 유재석과 바꾸겠다고 나서며 반전의 하루는 끝이 났습니다.

가장 많은 돈을 남긴 이가 승자가 되는 이번 게임에서 자신이 목격했던 유재석의 돈을 기억하고 있던 정준하는 당연하게도 유재석과 바꾸겠다고 선택했지만 실제는 마이너스였습니다. 마치 '카이저소제'를 떠올리게 하는 유재석의 이 한 번의 선택이 승패를 극적으로 결정지은 한 수였습니다.

 

'무도 생활계획표'는 거대한 특집들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쉬어가는 특집마저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정도로 무도는 특별합니다. 만원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해준 오늘 방송은 소소한 재미와 무도 특유의 흥미로움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큰 성공이었습니다. 유재석마저 속물로 만드는 돈의 힘. 이건 우리가 일상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현실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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