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5. 16:01

길라임 의식불명이 최악의 스포일러인 이유

장안의 화제인 <스크릿 가든>을 위해 일주일을 버틴다는 폐인들을 일순간 얼음으로 만들어버린 최악의 스포일러가 터져 나왔네요. 기자라는 직분을 남용해 자신의 어설픈 만족을 위해 돌아오는 토요일을 기대하며 다양한 상상을 하던 폐인들에게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는 한심스럽기만 하네요.

연예부 기자의 책무는 스포일러가 아니다



기자에게 가장 매혹적인 일은 특종일거에요. 그렇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없는 특별한 일들을 찾기 위해 사선을 넘나드는 경우들도 있으니 말이에요. 연예부 기자들에게는 스타들의 가십을 얼마나 노골적으로 파헤치느냐가 특종의 기준이 되나 보네요.

새해가 시작되면 연례행사처럼 스타들의 열애설을 터트리던 모 일간지는 그 특종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여름에 찍힌 사진을 재편성해 지금 열애 중이라는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를 몰아세우기까지 했어요. 당사자들 모두 어처구니없어 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열애설에 대한 후속보도가 전혀 없는 것을 보며 '아니면 말고 식'의 엉터리 기사였음이 분명해졌지요.

마음 졸이며 보게 되는 완소 드라마인 <시크릿 가든>이 단 4회만을 남겨 둔 상황에서 어설픈 내용 공개는 곧 흥미를 반감한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는 사실이에요. 그렇기에 마지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나 제작진들은 함구령을 내려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을 불허하는 이야기 전개를 시청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고는 해요.

그런 비밀과 기대 심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고편도 생략하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 촬영 중인 드라마의 중요한 내용을 특종이라도 되는 양 자세히 공개해 버리는 그 뻔뻔함은 무엇이란 말인가요? 과거 <식스센스>를 보기 위해 티켓을 사고 있는 이들에게 "주인공은 유령이다!"라고 외친 미친X하고 다를 게 뭔가요?

16회 마지막에 주원의 어머니가 라임을 찾아와 주원을 살리고 죽은 이가 바로 라임의 아버지임을 밝히며 눈물 흘리는 장면은 17회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어요. 다양한 변수들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자 한 명이 라임이 영화 촬영을 하다 중상을 입게 되고 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 예정이라고 밝혀버리면 일주일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은 뭐가 되나요?

책임감도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기자로 인해 <시크릿 가든>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어버린 상황을 그는 어떻게 책임일 건가요? 연예부 기자는 현장에 죽치고 앉아 대본 훔쳐 읽고 이를 기사화 하는 것은 책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스포일러를 당당하게 공개한 기자는 <시크릿 가든>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존재이거나 악성 무 개념자일 수밖에는 없네요. 스포일러가 어떤 의미인지 이를 통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지 아는 사람이라면 악의적인 생각이 없었다면 이런 식의 노골적인 스포일러를 할리는 없으니 말이지요.

네티즌들이 기자들에 대한 비아냥이 심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음을 이번 스포일러 사건만 봐도 알 수 있을 듯하지요. 그 기자가 <식스센스>를 시사회에서 봤다면 그 영화는 망했을 듯하네요. 마지막 반전이 압권인 영화의 결과를 특종이랍시고 기사화했을 테니 말이지요.

많은 이들이 기다리며 즐겨보는 드라마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만 가지고 있었더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스포일러는 나오지 않았을 거에요. 그 기자는 이렇게 모두 까발리고 나니 속이 시원하셨을까요? 어설프고 악의적인 스포일러 하나로 인해 긴장감 없는 <시크릿 가든>을 봐야하는 시청자들은 어떻게 책임지실건가요? 그게 최선이었나요?